이동통신용 기지국 안테나 생산업체인 감마누는 올초부터 부품 납품업체인 대성시스템에 품질 관리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희람테크,케이엔하이텍 등 2개 협력사에는 이미 전수를 끝마쳤다. 이 덕분에 감마누가 희람테크 등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받는 알루미늄 반사판 등의 부품 불량률이 0(제로) 수준으로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직원 65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상생경영에 나서게 된 것은 KT의 벤더코칭 프로그램 덕분이다. 벤더코칭은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에도 품질 관리,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의 비법을 전문가를 통해 전수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KT의 1차 협력업체인 감마누는 5년 전 KT로부터 업무 프로세스 등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왔는데 여기서 배운 노하우를 KT의 지원을 받아 다시 자신의 협력사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감마누는 자신의 협력사들이 글로벌 기술인증을 받는데 소요되는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도 했다.

2년 전까지만해도 감마누는 KT,SK텔레콤,LG U+(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업체로부터 C등급 협력업체로 분류됐지만 협력업체들의 품질관리 수준이 높아진 덕분에 요즘에는 A등급 협력업체로 대접받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게 된 덕분에 일본 미국 이스라엘 등지로 수출 기회도 생겼다.

감마누는 5년 전부터 KT가 실시하고 있는 벤더코칭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상생경영을 1차 협력사에 그치지 않고 2,3차 협력사로 넓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KT는 물론 삼성전자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벤더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T는 올해도 협력사들의 요청에 따라 직원 3명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대성시스템 엠피텍솔루션 프리웰 등 6개 2차 협력사를 상대로 벤더코칭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오는 11월께 성과 발표회도 가질 계획이다.

박정태 KT 구매전략 실장(전무 · 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마누 사례는 KT가 추구하는 상생경영의 대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사슬을 구성하는 1,2차 협력사들의 경쟁력을 키워 협력사는 물론 KT 모두가 이익을 얻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또 최근 성과공유제 수요예보제 등 다양한 구매제도를 도입했다. 성과공유제는 협력사가 사업이나 원가절감 등의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평가, 해당 협력사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거나 현금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수요예보제는 협력사들에 재고부담 등을 덜어주기 위해 KT 구매 물량을 미리 공개하는 것으로 최근 도입했다. 협력사들에 최소한의 물량을 보장해 주고 재고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박 전무는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은 결국 KT에 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협력사의 이익을 저해하는 구매시스템은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구매제도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은 작년 6월부터였다. 그동안 협력사로부터 통신장비 등의 구매는 최저가입찰방식을 썼다. 하지만 KT로부터 물량을 따내려는 협력사들 사이에서 입찰가 인하경쟁이 벌어졌고, 중소 협력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익도 남지 않는 수주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박 전무는 "협력사들의 수익악화는 기술개발 여력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KT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납품가격만 따지지 않고 품질과 가격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평가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입찰 평균가를 시장가격으로 보고 평균가의 80% 이하는 덤핑으로 판정, 입찰에서 제외하는 입찰가 제한제도도 파격적으로 도입했다. 박 전무는 "협력사에는 최소 물량을 보장해 줘 협력사가 선주문한 부품이 재고로 쌓이는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고 있고,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분도 반영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