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이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에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뚜렷한 투자주체와 주도주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

이런 시장 상황에서 애널리스트보다 먼저 종목을 발굴하고 추천하는 외국계 증권사 국내 주식세일즈팀에서는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재훈 HSBC증권 전무는 31일 "지금은 외국인이 전세계적으로 밸런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만 집중투자 할 수는 없다"며 "따라서 전통 우량주에 투자하는 외국인 선호종목보다 성장 동력을 보유한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기관선호 종목이 유리해 보인다"고 밝혔다.

정 전무는 "전세계 매크로 변수와 무관하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종목, 인수합병(M&A) 관련주, 유통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주식을 사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현재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만 가지고 주가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최근 비상장 자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전기차 관련으로 기업 성장 동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LG,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관련 사업 구조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LS, 전기차 충전소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진하는 효성, 자회사 실적이 안정적인 가운데 중국 내수 소비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CJ 등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종목으로 제시했다.

이들 종목은 이미 기관들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기관은 지난 한달동안 LG 주식을 4708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효성(1300억원), LS(1025억원), CJ(489억원)도 많이 사들였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규모 M&A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M&A 관련주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정 전무는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 M&A이슈는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수혜주로 현대건설, 현대증권, 호남석유화학, 롯데쇼핑 등을 꼽았다. 하반기 계획된 현대건설 매각으로 인해 현대증권의 M&A 이슈가 계속될 전망이고 호남석유화학과 롯데쇼핑은 잇따른 M&A로 성장성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무는 최근 동일점포매출(SSS, Same Store Sales)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성장성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는 유통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왔던 IT와 자동차 섹터에 대해서는 '계륵'과 같은 주식이라고 비유했다. 실적은 좋지만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어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