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햇살론 등 서민금융 지원프로그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햇살론은 아직 제도 도입 초기여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 햇살론을 받을 때 개인의 신용등급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해서 생긴 문제로 분석된다. 현재 운영중인 모든 서민금융 지원프로그램은 일방적으로 주고마는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상환을 전제로 하는 금융 지원책이다. 상환이 제대로 안될 경우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는 그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자를 선정할 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민금융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결국 대상자를 제대로 판별해 경제적으로 회생시킨 뒤 정상적인 상환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청 기회가 주어진다. 이같은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결국 개인신용평가(CB) 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한다.


○두차례의 위기로 CB 선진화 이뤄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사태 등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으면서 각 금융회사들과 개인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을 평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많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에 따라 미국 CB 업계의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CB시스템을 상당히 고도화된 수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년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은 낮은 수준의 연체율을 유지해 대출자산의 건전성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CB는 대출 신청자에 대한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통계적 수단이다. 즉 개인대출에 대한 상환 확률을 측정하는 것이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 개인에게 대출이나 카드 한도 등 신용(Credit)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들은 개별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CSSㆍCredit Scoring System)을 구축해 활용한다.

금융회사는 신용 거래자들의 유형별 특성 분석을 통해 고객 대출이 부실화 될 수있는 가능성을 추정,신용 대출 심사,신용카드 발급 및 대출심사 등 업무 업무에 적용한다. 이때 신용거래자들에 대한 객관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바로 CSS다.

○신용평가 용도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

금융회사의 개인신용평가는 신용평점을 어떤 용도로 쓰는가에 따라 크게 신청신용평가와 행동신용평가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가지 신용평점을 서로 결합시켜 최종 신용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신청신용평가(Application Score)는 특정거래를 처음으로 신청한 사람들의 평점을 산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행동신용평가(Behavior Score)는 특정 거래에 대해 기존 거래자들의 행동 변화를 기초로 신용평점을산출하기 위한 점수카드다.

신청신용평가는 주로 신규고객의 대출신청이나 카드발급 때 주로 사용된다. 대출여부,대출한도,이자율,카드발급 여부,카드 사용한도 등이 이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정보는 연소득 직업대출금액 연체여부 결혼여부 주택보유여부 재산세 자동차 종류 등으로 다양하다. 다만 정보별 점수 및 가중치(Weight)는개별 금융회사별로 다를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공개하지 않는다. 외부에 공개되면 개별금융기관의 노하우와 영업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어서다.

행동신용평가(Behavior Score)는 과거 신용거래기록을 통해 쌓여진 정보가 주로 활용된다. 행동신용평가에 이용되는 정보는 과거의 대출상환 이력,대출잔액,신용거래기간 등 신용거래와 관련된 것이다. 행동신용평가는 개인이 대출을 받은 후 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둔다. 이 평가는 대출심사 연장이나 카드한도 재조정 등 기존고객에 대한 신용평가 때 심사자료로 활용된다.

○CB등급은 ‘상환능력’ 아닌 ‘상환의지’

금융회사들은 CSS를 통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신용정보뿐 아니라 CB회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해 개인들의 신용을 총체적으로 평가한다. CB회사는 은행신용카드사 보험사 등 다수의 소비자 신용공여자(consumer creditor)가 개인에 대한 신용정보를 교환 또는 공유하는 일종의 개인신용정보 풀(pool)을 관리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CB는 금융거래상거래 등에서 기업 및 개인소비자에 대한신용거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 신용정보를 집중 관리하고 제공하는 기관이다.

CB사의 개인 신용평점이란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1년 내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할 확률을 통계적으로 예측한 모형에 근거,1~1000점으로 점수화한 것을 말한다. 개인 신용등급은 이같은 신용평점을 구성비와 불량률을 감안해 10개의 집단으로 분류한 것이다. CB사에서 산출하고 있는 개인 신용등급은 소득과 재산 등의 ‘상환능력’정보를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의 신용거래 행태를 위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상환의지’에 가까운 개념이라 할수 있다. CB사는 개인신용에 관한 정보를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수집,가공해 다시 금융회사 등에 제공한다.

금융회사는 CB사가 제공한 신용보고서(credit report) 및 신용평점(credit score)을 참조해 실제거래여부 등을판단하게 된다. 신용정보 이용 기관을 통해 거래가 일어난 신용정보는 다시 CB사에 전달돼 개인의 신용도를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다른 금융회사의 우량정보(대출상환이력 이자납부실적 카드사용실적 등)까지 CB사를 통해 공유함에 따라 개인신용 평가는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상환 이력이 신용평가에서 가장 중요

개인 신용평가 회사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회사마다 다르다. 코리아 크레딧 뷰로(KCB)의 경우 대출이나 카드 사용 후 연체 없이 잘 상환한 이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출 금액 및 카드 이용 금액 등도 중요한 변수로 활용된다. 금융회사들은 CB사의 신용평점을 금융 거래 여부 판단 때기초자료로 참조해 활용한다. CB사의 신용등급이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아니라 여신 심사의 오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여러 CB사의 신용평점 및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산출한 신용평점을 결합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KCB의 경우 금융회사의 활용 편의를 위해 구성비와 불량률을 기준으로 10등급으로 구분한 후 제공한다.

불량률은 100명이 1년 내 한번은 90일이 상장기 연체 등의 심각한 채무불이행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율이다. 가령 불량률 2.5%라는 것은 100명의 대출자가 있다면 2.5명이 앞으로 1년안에 90일이상의 연체 등심각한 채무 불이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신용등급은 특정개인의 신용을 평가해 위험을 관리하는 것보다 부도율이 유사한 특징을 가진 집단의 신용 위험을 관리하는 데 활용된다.

1등급과 4등급을 비교해보면 100명 중 1등급은 0.2명이,3등급은 0.6명이 채무불이행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이는 상위등급내에서 등급간의 차이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4등급은 100명중1.3명이,6등급은 5명이 채무불이행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위등급내에서의 등급차이는 실질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다.

조강직 KCB 상무 kcho@koreac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