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가 제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배종외 씨앤씨뱅크 대표(44 · 사진)는 "나는 '복을 타고난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 자연스레 제품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는 것.

'워커홀릭'인 배 대표는 거울을 고정하는 장치인 '광학용 미러 마운트'와 '관절형 광전송계' 등 의료용 레이저 장비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했다. 그는 이 같은 업적으로 31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8월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경남 삼천포 출신인 배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팽이와 연은 모두 그의 손을 통해 완성됐고 동네의 고장난 가전제품들도 고쳤다. 배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TV를 분해하다 감전 사고를 당할 뻔했고 삼천포공고 1학년 때는 사촌동생이 가져온 카메라를 뜯어보다가 망가뜨려 혼쭐이 나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동양공전 기계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제29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컴퓨터 수치제어(CNC)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국내의 CNC 기계 가공 수준은 미국 영국보다 20년 이상 뒤처졌기 때문에 화제가 됐다.

창원의 공작기계 업체인 통일중공업에 취직,16년간 다니다가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자 그만두었다. 여러 사업을 전전한 끝에 배 대표는 2005년 의료용 레이저 장비 부품 생산업에 뛰어들어 25명의 직원이 연간 3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는 "기술력은 자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회사를 10배 이상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