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을 '이민천국'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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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눈앞…노동력 점차 줄어
이주근로자 삶의 질 향상 꾀해야
이주근로자 삶의 질 향상 꾀해야
19세기 미국과 호주는 여러가지로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개척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광활한 국토와 풍부한 자연자원,그리고 이민자 위주의 사회가 건설되고 있는 점이 그러했다. 또한 법률과 사회제도도 모두 영국의 영향을 받아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구 수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는 것이다.
영국 이민자들이 먼 바다를 건너 시드니에 정착촌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1788년이었는데 이 때 미국은 이미 150년의 이민역사와 4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였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호주 인구는 200만명으로 늘었지만 미국은 400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바로 이 인구 차이가 두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철도 건설과 상업적 인프라 구축으로 전국적 시장이 형성되면서 미국은 대규모의 동질적 소비자 집단을 가진 나라가 됐다. 그 후 미국은 승승장구하면서 세계 최강국이 되었지만 호주는 경제적인 면이나 군사적인 면에서 중견국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호주에 비해 오래된 미국의 이민 역사가 인구 수를 차이나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이민자들이 보기에 새 삶의 터전으로는 호주가 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인 이유로 이주경비가 많이 든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호주의 이민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민자들에게 공급하는 토지 가격이 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았다. 거기에다 1855년부터 중국인 이민 제한정책을 시행했고 1890년대에 들어서는 인도,스리랑카,아프가니스탄 등 모든 비(非)서유럽 국가의 이민을 통제했다.
지금 인구가 3억명에 육박하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외국 태생의 노동자가 2390만명이 있다. 전체 노동인구의 15.6%에 달하는 수치다.
싱가포르도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다. 인구 500만명 중 100만 명이 이주 노동자 및 그 가족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면 노동시장에 부담을 줘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증가할 수 있고 주택 부족 등 사회적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불법체류를 포함해 56만명이다. 이 중에서 중국 등 재외동포 방문 취업자 30만명을 제외하면 순수 외국인은 26만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1%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의 90%가 중소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는 이른바 3D 업종이다.
문제는 이들이 각종 차별과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무 중 폭언이나 욕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에게 제공되는 숙소가 컨테이너나 사무실인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숙사 이용료를 버젓이 월급에서 공제하는 회사들이 많다니 참으로 놀랍다. 그러니 중국,인도,잠비아보다도 이민 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꼽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으로 노동인구는 줄어드는데 노인인구는 늘어나 40년 뒤에는 노동자 1.4 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된다고 한다. 7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요즘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해결의 열쇠는 오로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이민천국'의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한다면 우리가 피땀으로 쌓아올린 경제적 성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허구생 < 서강대 국제문화교육원장 >
영국 이민자들이 먼 바다를 건너 시드니에 정착촌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1788년이었는데 이 때 미국은 이미 150년의 이민역사와 4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였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호주 인구는 200만명으로 늘었지만 미국은 400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바로 이 인구 차이가 두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철도 건설과 상업적 인프라 구축으로 전국적 시장이 형성되면서 미국은 대규모의 동질적 소비자 집단을 가진 나라가 됐다. 그 후 미국은 승승장구하면서 세계 최강국이 되었지만 호주는 경제적인 면이나 군사적인 면에서 중견국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호주에 비해 오래된 미국의 이민 역사가 인구 수를 차이나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이민자들이 보기에 새 삶의 터전으로는 호주가 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인 이유로 이주경비가 많이 든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호주의 이민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민자들에게 공급하는 토지 가격이 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았다. 거기에다 1855년부터 중국인 이민 제한정책을 시행했고 1890년대에 들어서는 인도,스리랑카,아프가니스탄 등 모든 비(非)서유럽 국가의 이민을 통제했다.
지금 인구가 3억명에 육박하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외국 태생의 노동자가 2390만명이 있다. 전체 노동인구의 15.6%에 달하는 수치다.
싱가포르도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다. 인구 500만명 중 100만 명이 이주 노동자 및 그 가족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면 노동시장에 부담을 줘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증가할 수 있고 주택 부족 등 사회적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불법체류를 포함해 56만명이다. 이 중에서 중국 등 재외동포 방문 취업자 30만명을 제외하면 순수 외국인은 26만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1%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의 90%가 중소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는 이른바 3D 업종이다.
문제는 이들이 각종 차별과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무 중 폭언이나 욕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에게 제공되는 숙소가 컨테이너나 사무실인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숙사 이용료를 버젓이 월급에서 공제하는 회사들이 많다니 참으로 놀랍다. 그러니 중국,인도,잠비아보다도 이민 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꼽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으로 노동인구는 줄어드는데 노인인구는 늘어나 40년 뒤에는 노동자 1.4 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된다고 한다. 7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요즘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해결의 열쇠는 오로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이민천국'의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한다면 우리가 피땀으로 쌓아올린 경제적 성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허구생 < 서강대 국제문화교육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