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응징으로 북한 지도부의 통치자금을 직접 겨냥한 추가 대북 제재를 내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과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이 핵심 대상이다. 정찰총국은 천안함 공격을 주도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46명의 사망자를 낸 천안함 기습공격,2009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와 1874호 위반 등 북한이 미국에 미치는 안보위협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새 행정명령에 따라 미 재무부와 국무부는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해외에서 불법 조성하는 3개 기관과 개인 1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기관은 △노동당 39호실 △정찰총국 △청송연합이며,개인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다. 또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한 기존 행정명령에 근거,5개 기관과 3명의 개인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대성무역 △흥진무역 △제2경제위원회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2자연과학원 △윤호진 남천강무역회사 대표 △리제선 원자력총국장 △리홍섭 전 영변원자력연구소장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통치자금 차단이다. 새 행정명령은 이를 위한 법적인 근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상 · 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행정명령이 무기 거래 및 돈세탁,재화 및 화폐 위조,현금 밀수,마약 거래 등 불법 경제활동을 통해 북한 정부를 지원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조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WMD 확산 제재에만 집중해 왔으나 천안함 사태로 방향을 선회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서울에서 한 · 미 외교 · 국방장관 회담이 끝난 뒤 "북한 지도부를 염두에 둔다"고 예고했다. 북한 지도부가 가장 고통스러워할 수 있는 부분이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이다. 김 위원장은 비자금으로 사치품을 구입, 군부나 노동당 간부 등 측근의 엘리트들에게 선사하면서 충성을 유도한다.

미 재무부는 정찰총국이 재래무기 수출로 연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다고 설명했다. 스튜어트 레비 테러 · 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이 이런 불법 활동을 통해 예산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 노동당 39호실

북한에서 해외 비자금을 조성 · 관리하는 기관.산하에 대규모 조직을 거느리고 마약 밀매와 위조지폐(100달러짜리 슈퍼노트) 제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치품 구입과 돈 세탁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산 1500만달러짜리 호화 요트를 구입하려다 적발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