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민법(651조1항)과 대법원 판례 상 건물을 임차해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계약 기간은 20년이다. 30년,50년으로 계약해도 20년 이후의 기간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임차인에게 건물을 이용케 하면 관리가 소홀해져 사회 · 경제적으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임대차 기간을 20년 넘게 설정하고 초과 기간에 대해서는 법적 무효를 주장하지 않기로 계약서에 별도 조항을 명시하면 어떨까.

이 같은 방편을 썼던 임대기업과 임차기업 간에 분쟁이 발생하자 법원은"20년 초과 기간에 대해 해약을 요구할 때 돈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한 계약내용은 민법의 적용을 배제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쇼핑몰 밀리오레를 운영하는 성창에프엔디가 서울 신촌동 민자역사 사업을 시행한 ㈜신촌역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 대한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었다.

두 회사는 신촌 민자역사 임대차 계약을 추진하던 중 2004년 2월 성창에프엔디의 요구에 따라 임대차 기간 30년,임대료 750억원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대신 계약서에"성창에프엔디가 계약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해약을 요구할 때에는 ㈜신촌역사는 반환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성창에프엔디는 임대료 전액을 내고 역사를 임차해오다 지난해"20년을 넘는 계약 기간은 무효"라며 10년치 임대료인 250억원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해당 조항을 무효로 보고 "㈜신촌역사는 임대료 250억원 가운데 175억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75억원에 대해서는 별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성창에프엔디의 완승이었다. ㈜신촌역사는 재판 과정에서"750억원은 20년에 대한 임대료고 나머지 10년은 무상으로 기간을 연장해준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지만 법원은 "통상 임대료는 임대차 기간에 비례하여 산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촌민자역사는 지하2층~지상6층에 연면적 약 3만㎡ 규모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