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간판 종목인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가 하면 코스피지수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도 덩치에 걸맞지 않게 미미한 실정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톱3'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의 시가총액 비중 합계는 이날 19.07%로 작년 말(22.34%) 대비 3.27%포인트 하락했다. 이들 세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이달 들어 20% 밑으로 떨어진 뒤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부진에 그나마 선방하던 현대차는 이날 0.35% 반등하긴 했지만 최근 차익 실현 매물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톱3'의 지수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올해 지수 상승 기여도는 -0.55%포인트와 -1.31%포인트로 나타났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3.56% 오르는 동안 이들 두 종목은 지수를 오히려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상대적 강세를 보인 현대차도 지수를 0.42%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로 휘청대면서 대표 종목들의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자문사 등 기관들이 펀드 환매로 힘이 빠진 운용사의 빈자리를 메우며 상승 탄력이 떨어지는 '톱3'가 외면받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고루 매수했던 외국인의 투자 패턴도 중대형주 중심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들어 시장의 관심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트랜스포머'형 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전통적인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진 톱3 종목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것"으로 풀이했다.

이들 세 종목의 위상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증시 전체로는 오히려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매수 주체가 다양해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들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증시 체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는 최근 경기에 대한 우려로 대형주들이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증시 낙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제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톱3의 시가총액 비중이 여전히 다른 종목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어서 추가적인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이들 종목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긴축 완화와 소비 확대가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위상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