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의 불법 자금조달과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이 대북제재 행정명령은 기업 및 기관 8곳과 개인 4명을 새로운 제재대상으로 지정해 미국내 자산동결과 함께 미 금융업체와의 거래를 금지시켰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과 천안함 폭침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이 포함돼 주목된다. 북한 지도부의 통치자금 돈줄을 끊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미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는 중국 관영통신의 보도 직후에 나왔다는 점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사과와 핵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6자회담은 수용할 뜻이 없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수 주일 내지 수 개월 안에 또 다른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지금껏 북측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만큼 추가 대북제재는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업고 6자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천안함 사태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빠져나오려는 얄팍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진정성있는 자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 유럽 등과의 국제공조를 통해 대북 금융제재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국이라는 변수를 고려해 다각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 등을 고려해 미국 등 우방국가들과의 역할분담을 통해 중국을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중국이 북의 비핵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절충점 도출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북한 또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명백한 사과표명 없이 6자회담을 내세워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로는 결코 국면을 전환시키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