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의 기세가 장난이 아닙니다. "싸이월드 나와,이 겁쟁아!" 싸이월드 문 앞에서 이렇게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열한 살,페이스북은 여섯 살.하지만 지금은 나이 따질 때가 아닙니다. 페이스북이 "한국 가입자가 100만명이 넘었다"느니 "이민호 페이스북의 팬이 100만명을 넘었다"고 외치며 싸이월드를 잔뜩 약 올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뭐냐고요? 2004년 2월 하버드 대학생 마크 주커버그(26)가 만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입니다. 싸이월드랑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당초 대학생들이 소식을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용합니다. 미국뿐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5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가입자가 4개월마다 1억명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가입자가 가장 많습니다. 페이스북 통계 사이트인 페이스베이커스에 따르면 1억3000만명.2~3명당 1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셈입니다. 18~34세 여성 34%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페이스북부터 열어 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영락없이 "싸이 열풍"을 닮았습니다. 가입자가 1000만명이 넘는 나라는 미국 외에도 영국 인도네시아 터키 프랑스 등 13개나 됩니다.

한국은 페이스북이 성공하지 못한 4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는 페이스북 사용을 금지한 중국과 믹시가 잡고 있는 일본,그리고 러시아입니다.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싸이월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싸이월드 가입자는 2500만명.우리 국민 2명 중 1명이 싸이월드 계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싸이 열풍'이 식으면서 주춤했는데 최근 내림세가 멎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기세가 등등합니다. 올 들어 페이스북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베이커스에 따르면 연초만 해도 우리나라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50만명 안팎으로 세계 70위권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67만명,49위입니다. 어림잡아 한 달에 20만명가량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요즘 페이스북 사이트에 접속할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페이스북을 이용할 것 같지 않은 40대나 50대 지인들이 '친구(friend)' 추천 목록에 있기 때문입니다. 20여년 전 첫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선배도 있고 은퇴 후 개인사업 하는 분도 보입니다. 잊고 지냈던 이들을 페이스북에서 다시 만나다니.그들이 저의 지인이란 걸 알고 추천해주는 페이스북이 놀랍습니다.

싸이월드로서는 비상입니다. 2500만 가입자가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떠나는 가입자가 늘기 시작하면 큰일입니다. '넥스트 싸이월드'를 개발하는 것은 이런 절박한 사정 때문입니다. 줄여서 '넥싸'라고 합니다. 싸이월드는 최근 친구 추천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느라 자제했는데 페이스북 공세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나 봅니다.

'넥싸'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싸이월드 측에서 알려주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의 장점을 벤치마킹 하면서 싸이월드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추측할 따름입니다. 네이트 앱스토어에 있는 소셜게임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이용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는데 그리 녹록지는 않은가 봅니다. "기대하라"고만 하는데 뭔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페이스북 돌풍이 거세지면 싸이월드로선 대처하기 힘들어집니다. 싸이월드는 당초 '넥싸' 론칭 시기를 연말로 잡았는데,최근 10월로 앞당겼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10월1일은 페이스북을 소재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하는 날입니다. 이 영화가 입에 오르내릴 무렵 '넥싸'의 반격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