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성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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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건 야만이다. ' 독일 철학자 T.아도르노(1903~1969)는 홀로코스트란 도구적 측면만 키워온 이성주의 문명의 필연적 결과라며 근본적인 반성의 힘이 발휘되지 않으면 언제든 또 다른 홀로코스트가 잉태,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화를 수반하는 반성은 간단하지 않다. 진정한 반성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곁들여야 한다. 초 · 중 · 고 시절 반성문은 물론 직장에서 시말서 쓰기도 싫고 힘든 이유다.
그런데 요즘 무슨 일인지 여기저기서 '반성' 바람이 거세다. 청문회 때 불기 시작하더니 이후에도 잦아들지 않는다. 청문회를 통과한 이도 '반성 많이 했다'고 하고,낙마한 총리 내정자가 도지사를 지낸 지역의 한 신문에선 1면에 '권력 감시 역할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럽다,뼈저리게 반성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노동당 대표는 블로그에'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반성문을 올렸다. 한번이라도 금배지를 단 사람은 재산과 다른 연금 수급 여부에 상관없이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월 120만원씩 받도록 한 헌정회 육성법 개정에 민노당 의원도 찬성한 데 따른 변이다.
헌정회 육성법은 88년부터 근거없이 집행돼온 전직 국회의원 지원금을 지난 2월 국회에서 참석의원 191명 중 187명 찬성으로 제도화한 것.월 120만원이면 88년 국민연금 도입 초에 가입,20년 이상 꼬박 일하고 부은 사람도 받기 힘든 액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24만4000여원이란 마당이다.
은근슬쩍 지나갈 뻔한 일이 드러나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법안 심사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며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과연 실수인가. 전직 국회의원 지원금은 17대 국회에서 민노당이 없애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민심이란 묘한 것이어서 잘못을 질타하다가도 반성한다고 하면 수그러들곤 한다. 정치인들이 툭하면 반성한다고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반성엔 실행 중 반성,실행 후 반성,실천용 반성이 있다. 실행 후 반성은 국면돌파용인 듯한 수가 많다. 매사에 무섭게 따지는 민노당이 이 일만은 짐짓 모른 체했던 건 아닌가. 실천을 위한 것이라 믿고 싶지만 돌이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성한다며 고개 숙인 모습을 보는 건 민망하고 씁쓸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변화를 수반하는 반성은 간단하지 않다. 진정한 반성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곁들여야 한다. 초 · 중 · 고 시절 반성문은 물론 직장에서 시말서 쓰기도 싫고 힘든 이유다.
그런데 요즘 무슨 일인지 여기저기서 '반성' 바람이 거세다. 청문회 때 불기 시작하더니 이후에도 잦아들지 않는다. 청문회를 통과한 이도 '반성 많이 했다'고 하고,낙마한 총리 내정자가 도지사를 지낸 지역의 한 신문에선 1면에 '권력 감시 역할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럽다,뼈저리게 반성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노동당 대표는 블로그에'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반성문을 올렸다. 한번이라도 금배지를 단 사람은 재산과 다른 연금 수급 여부에 상관없이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월 120만원씩 받도록 한 헌정회 육성법 개정에 민노당 의원도 찬성한 데 따른 변이다.
헌정회 육성법은 88년부터 근거없이 집행돼온 전직 국회의원 지원금을 지난 2월 국회에서 참석의원 191명 중 187명 찬성으로 제도화한 것.월 120만원이면 88년 국민연금 도입 초에 가입,20년 이상 꼬박 일하고 부은 사람도 받기 힘든 액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24만4000여원이란 마당이다.
은근슬쩍 지나갈 뻔한 일이 드러나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법안 심사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며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과연 실수인가. 전직 국회의원 지원금은 17대 국회에서 민노당이 없애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민심이란 묘한 것이어서 잘못을 질타하다가도 반성한다고 하면 수그러들곤 한다. 정치인들이 툭하면 반성한다고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반성엔 실행 중 반성,실행 후 반성,실천용 반성이 있다. 실행 후 반성은 국면돌파용인 듯한 수가 많다. 매사에 무섭게 따지는 민노당이 이 일만은 짐짓 모른 체했던 건 아닌가. 실천을 위한 것이라 믿고 싶지만 돌이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성한다며 고개 숙인 모습을 보는 건 민망하고 씁쓸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