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고를 때 유비는 장점을 보았고 개성을 용납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도덕적 결함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촉한의 뛰어난 장수였던 위연은 유비의 품에서는 천재적 기량을 발휘했지만 제갈량의 손에 죽음을 맞았다. 요즘 말로 여러 리더를 거쳐 유비한테 온 위연은 제갈량에게는 '모반의 기질'을 가진 자로 비쳐졌던 것이다. 제갈량은 아랫사람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도록 종용한 결과 이들을 평범한 용재로 만들었다. 이 점에서 유비는 제갈량보다 안목과 혜안이 뛰어났다.

소동파 시인은 탁월한 재주를 지녔지만 평생 정계의 비주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개성을 적당히 감추고 범속함에 몸을 싣지 못해 당시 조정을 장악한 범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가 '개성이 지나치면 도태된다'는 '역도태의 법칙'을 알았더라면 자신의 포부를 세상에 펼쳤을 것이다.

역도태는 이처럼 열성이 우성을 제압하고 열자(劣者) 생존을 일컫는다.

《역도태》는 중국 역사 속 인재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조직과 개인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중국의 역사를 이끈 주역들은 타고난 인재가 아니라 범재였음을 보여준다. 단 그들은 조직을 움직이는 숨은 법칙을 꿰뚫었다. 가령 용맹과 총명을 드러내지 말고 얼간이처럼 구는 게 더 안전하며 머리는 최대한 조아리고 말은 적게 해야 하는 처세술 말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