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코스피지수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 시행 가능성을 시사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지난 주말 발언으로 지난달 30일 1.77% 반등했다.그러나 31일에는 다시 0.99% 하락했다.미국의 개인소득 증가율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버냉키 효과’ 약효가 하루만에 끝난 것이다.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8월 마지막 날인 31일 선진국 증시는 소폭이나마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고,미국 다우지수 역시 0.05% 상승하며 1만선을 겨우 지켜냈다.다만 나스닥지수는 0.28% 하락했다.이날 선진국 증시가 반등한 데는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하는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53.5로 시장 컨센서스(50.7)를 웃돈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가 미국의 경기 지표에 따라 출렁이는 ‘매크로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제 지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고용 제조업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의 발표가 주 후반까지 예정돼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증시 역시 당분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지난 주말 한때 1만선 아래로 내려앉은 미국 다우지수가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에 있기 때문에 미국 증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이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데서 알 수 있듯이 짙은 관망세가 증시 전반에 퍼져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단기적으로 방향성 탐색을 위한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1700선 아래로 급락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주가 조정시 주식을 저가 매수하겠다는 대기 자금이 워낙 풍부한데다 경제지표 둔화는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경기 부양 정책의 집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늘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와 8월 무역수지 발표가 예정돼 있다.두 지표 모두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전날 발표된 7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확인됐듯이 국내 제조업 경기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인플레이션은 현재 시장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뚜렷하게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도 부각되지 않고 있어 투자 전략을 수립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증권사들은 따라서 보다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거나,최근 상승 모멘텀이 부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 대응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음식료 섬유의복 생활용품 등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덜 받는 업종과 2차전지 태양광 등 신수종 사업군에 속한 업종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대우증권 역시 경기둔화 우려가 진정될 때까지는 당분간 신중한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경기흐름에 덜 민감한 유통 철강 기계 제약업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FRB의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러 가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에너지 업종을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다.아울러 중국 정부가 현재 내수 부양을 위한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중국 내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