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이뤄진 기간을 전후해 중국 동북3성 주요 도시에서는 동북아 관련 회의가 넘쳐났다. 옌지에서는 제6회 동북아 무역발전포럼(8월28~30일)이 개최됐고,선양에서는 제4차 2010 동북아발전포럼(8월29일~9월1일)이 열렸다. 또한 이달 1일부터 이틀간 창춘에서는 제11차 광역두만개발계획 당사국회의가 열려 교통,에너지,관광,투자,환경 등 5개 분야 협력 프로젝트의 성과를 점검하고 있다. 필자는 선양 동북아발전포럼을 다녀왔다. 여기에는 주최국인 중국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러시아 등에서 온 750여명의 대규모 인사가 참여했다.

이번 포럼이 내건 슬로건은 '신경제 · 신협력 · 신발전'이었다. 슬로건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질적 성장을 모색하려는 중국의 몸부림을 느끼게 된다. 어디서나 경제 업그레이드가 최대의 화두다. 과거에는 그들이 경비를 부담해 주변국 인사들을 초청하는 것을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사뭇 다르다. 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그만 투자는 아낌없이 한다. 포럼에 초청한 사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착해 보살피는 그들의 노력에서 "그래 이제부터는 질이야"라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중국에게는 북한도 소중한 나라다. 북한이 정치 ·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중국의 발전에 보탬이 된다.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다른 것은 모두 덧칠일 뿐,단연코 경제적 이슈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무엇보다도 김 위원장의 건강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라도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수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후진타오 주석과 창춘에서 정상회담을 한 것은 북한 경제가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북한으로서는 2010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고 권력승계가 무리없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첫째도 경제요,둘째도 경제다. 최근 신의주를 강타한 북한 지역의 수해는 중국으로부터 경제 지원과 협력을 얻어내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지순례'하듯,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듯 과거를 회상하는 여정을 맞춘 것도 절박한 상황과 결단을 반영한 심정의 발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핵실험 이후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천안함 사건 이후 연일 계속되는 코앞의 대규모 군사작전과 훈련에 북한으로서도 기대고 협의할 대상은 중국뿐이다. 시간은 점점 지나가는데 안팎으로 우환만 쌓여 있으니 해결을 위한 다급한 마음이 중국을 방문하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측은 무조건 북한을 도와줄 수만은 없는 노릇임을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대북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이는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 내부의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북아발전포럼에 참가했던 중국 관리의 목소리가 당당하다. "중국이 북한에 공짜로 주는 것은 없다. 나중에 지하자원과 같은 것으로 모두 보상받는다. 중국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공짜가 가당키나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중국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오히려 북한 눈치를 더 살피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그래서 앞으로 북 · 중 접경지역이 더 중요해졌다. 창 · 지 · 투(창춘 · 지린 · 투먼)는 중국과 북한의 이해가 합쳐지는 경제협력사업의 요충지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동북3성의 경제가 바다로 넘쳐나게 만드는 전초기지로서,북한에는 개혁과 개방으로 이어지는 경제발전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 · 중 밀월은 동북아 정세의 선순환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북 · 중 간 경제협력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김영윤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