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없이 임금 · 단체 협상안을 잠정타결해낸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돼왔던 연속 파업의 고리를 끊고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기틀을 마련함은 물론 타임오프(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의 조기 정착에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한 까닭이다.

이번 노사합의안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모든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조전임자는 노동법 규정에 따라 대폭 축소키로 한 것이 주요 골자다. 또 K5, K7 등 신차의 성공적 출시와 시장점유율 향상을 감안해 기본급 7만9000원(호봉 승급 포함) 인상, 성과일시금 300%+500만원 지급, 회사주식 120주 지급, 내년 6월까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위한 세부 방안 확정 등의 내용에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가 높이 평가되는 것은 노조의 특근 및 잔업 거부, 회사 측의 노조전임자 무급처리 등으로 팽팽하게 맞서왔던 노사가 한 발씩의 양보를 통해 원만한 타결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전 종업원에 대한 고용보장에다 현대자동차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받는 실리를 챙겼고, 회사 측 또한 원칙 대응을 끝까지 관철하는 결과를 이뤄냈다. 20년 만의 무분규 파업은 어제 출범 10주년을 맞은 현대 · 기아차그룹이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과 도약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타임오프제 또한 이제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에서 기아차 노사는 연간 3만8000시간 한도 내에서 21명까지만 유급전임자를 인정하고 무급전임자는 노사합의를 통해 따로 결정키로 했다. 204명에 달하는 유급 전임자 중 90%를 줄여야 하는 이 회사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제도 정착의 최대 걸림돌이 돼왔던 게 사실이고 보면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 강성노조인 기아차 노조의 무분규 협상타결은 전체 노동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합리적 노동운동의 흐름이 더욱 널리 확산돼 나가면서 한국이 노사문화 후진국이란 소리를 더이상 듣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