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과거 차지철이 살아 돌아온 느낌이다. "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사진)이 1일 최고위원 · 중진 연석회의에서 불법 사찰 논란과 관련，자신을 비롯해 남경필 정태근 의원을 비판한 청와대 인사를 이같이 언급하면서 문책을 요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청와대 인사가 (불법 사찰을 받은) 의원들에게 오히려 얼마만큼 깨끗하게 지냈는지 밝히겠다고 말하며 사찰을 계속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며 "민심을 전달하려는 의원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원칙적으로 막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또 "청와대 관계자가 국회와 당을 무시하는 것은 실로 충격"이라며 "대통령실장은 관련자를 반드시 문책해야 하며 조치가 없을 경우 실장도 같은 의견인 것으로 보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남 의원도 "여당 의원을 불법 사찰하는 정도라면 '일반 국민에게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공포심마저 든다"며 "당사자들끼리 모여서 형님 좋고 아우 좋은 식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차제에 (사실을) 밝혀내서 아프더라도 문제를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친이 핵심의 갈등이 권력 다툼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들 의원의 문제 제기가 겨우 봉합한 갈등 양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주류 내부의 일로 빚어지는 갈등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겪었던 일을 더 확대해서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확전을 피하는 분위기다. 한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는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 · 청 간 갈등이 심화되면 자칫 다른 국정 현안들이 묻힐 수 있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총리 후보와 두 장관 후보가 물러난 마당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계속 공격하는 것은 정략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근 의원이 정치인 불법 사찰을 알고 있었다고 거론한 이상득 의원 또한 이날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싸우기 싫다. 정치인의 말은 그냥 듣고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응 안 하면 (이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치인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것 아니냐"며 피해갔다.

박신영/홍영식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