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 관련 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들이 스팩 주가 급등기를 이용해 '미래에셋1호' 스팩 투자분 중 일부를 팔아치웠다. 공모청약 미달로 스팩 주식을 떠안은 대신증권과 솔로몬투자증권도 일부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스팩을 추격 매수할 경우 자칫 기존 주주나 기관들에 차익실현 기회를 제공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지난달 12~24일 4차례에 걸쳐 미래에셋1호 109만주(7.9%)를 주당 평균 2130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로써 KTB자산운용의 보유 지분은 175만주(12.61%)에서 65만주(4.71%)로 크게 낮아졌다. 이 운용사의 '미래에셋1호' 매수가격은 주당 1500원으로,이번 매도를 통해 5개월 만에 42%(6억9160만원)의 수익률을 올렸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스팩은 장외기업 인수 · 합병(M&A)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서류상 회사에 불과한데 실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 차익을 실현했다"며 "M&A 전 스팩 주가는 공모가의 -5~10% 수준에서 움직이는 것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부자산운용도 '동부 SPAC증권투자신탁 제1호'에서 투자한 미래에셋1호 지분 중 일부를 지난달 26일 처분했다. 이 운용사 홍현기 주식운용본부장은 "'미래에셋1호' 지분율이 5%를 넘지 않아 공시의무는 없으나 지난주 주가 급등기에 일부 차익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지난달 24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대신그로쓰알파' 스팩 47만주(3.63%)를 매도했다. 이는 대신증권이 주관한 이 스팩 청약이 미달되면서 떠안은 351만주 중 일부다. 특히 지난달 26일엔 37만주를 공모가(2000원)를 소폭 웃도는 2019원(평균단가)에 정리했다. 이날은 정부가 스팩 상장 후 1년간 합병을 제한했던 법인세법 조항을 고치기로 했다는 소식이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돼 조기 합병 기대감으로 스팩 주가가 출렁인 날이다. 이 밖에 솔모몬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SBI앤솔로몬' 스팩 24만주(1.25%)를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에 장외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스팩은 청약 때나 공모가 근처에서 투자해 합병할 때까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M&A가 결실을 맺기 전에 스팩이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급등한 스팩을 추격 매수할 경우 기관들의 매물받이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1호'는 지난달 중순께 2400원까지 올랐다 이날 2025원으로 떨어졌다. 대부분 스팩들도 지난달 26일 급등 후 공모가 수준으로 회귀하는 추세다. 배 연구위원은 "스팩 투자도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