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덕동에 사는 증권사 임원 노모씨(48) 부부는 지난 주말 도화동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제품 가격을 계산하다 입이 쩍 벌어졌다. 계산대 모니터에 손질된 쪽파 한 묶음 가격이 1만5000원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노씨 부부는 계산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슈퍼마켓 직원에게 가격 확인을 요청했으나 "틀림없는 가격이다. 채소값이 많이 뛰어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채소 양념류 생선 등 각 가정의 식탁에 단골 메뉴로 올라가는 신선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초까지 이어진 이상저온 현상에다 6월 초 고랭지 채소 최대 산지인 강원도지역의 냉해,7~8월 호우를 동반한 폭염 등으로 인해 농산물 작황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신선식품이 수두룩하다. 1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전국 20여곳 중소형 마트 가격을 취합한 결과 오이(취청) 10개 묶음 소매가격은 평균 1만3158원으로 작년 9월 초에 비해 113% 올랐다. 상추 100g도 1599원으로 1년 전(797원)에 비해 2배로 뛰었으며 수박 상품(上品) 한통은 2만7955원으로 143% 폭등했다. 깐마늘 1㎏도 1만1465원으로 1년 새 97% 치솟았다. 최근 일반 마늘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깐마늘 가격도 추석을 앞두고 2배 이상 올라갈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할인 행사를 자주 하는 대형마트에서도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나로마트에서는 작년 이맘 때 2100원이던 배추 한 통이 현재 2990원에 팔리고 있다.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서 고등어 한 마리(700g)는 9900원에 판매됐다. 지난해 400g짜리 한 마리에 2900원이었던 데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무 한 개 값은 작년 1080원에서 올해 2840원으로 163%나 뛰었다. 시금치 한 단 가격도 4000원으로 77% 올랐다. 이마트에서는 5~6개들이 햇사과 한 박스가 작년엔 3990원이었으나 이날 6980원에 판매됐다.

마트의 구매담당자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마트에서 오징어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안영일 과장은 "오징어의 경우 동해안에 냉수대가 형성되면서 속초에서 출하되는 물량이 작년의 10%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동해안 전체적으로도 어획량이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며 "마리당 가격도 지난해 1500원 선에서 올해 2500원 선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들 신선식품 가격의 강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인창수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전산정보팀 과장은 "채소 가격을 주도하는 무와 배추가 여름 폭염으로 생육이 원활치 않아 생산량 감소와 함께 상품성도 떨어진 상태"라며 "시중 가격에 영향을 직접 미치는 밭떼기 가격이 예년엔 8월 말~9월 초면 크게 떨어졌으나 올해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철수/심성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