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르네상스 탄생·워털루 전쟁 승리 뒤엔 '금융'이 있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의 지배 | 니얼 퍼거슨 지음 |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420쪽 | 2만5000원
'금융업=부당이득' 편견에도 돈은 항상 발전의 근원
세계경제 통합 빨라질 수록 금융을 이해해야 낙오 모면
'금융업=부당이득' 편견에도 돈은 항상 발전의 근원
세계경제 통합 빨라질 수록 금융을 이해해야 낙오 모면
2006년 전 세계 경제산출량은 약 47조달러였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51조달러로 경제산출량보다 10% 많았다. 국내 채권과 국제 채권의 총가치는 68조달러로 50% 더 많았고,파생상품 거래 잔액은 473조달러로 경제산출량의 10배를 넘었다. 2007년 말 모든 장외시장 파생상품의 명목가치는 600조달러에 육박했다.
뿐만 아니다. 1947년 미국 금융 부문의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2.3%였으나 2005년에는 7.7%로 커졌다. 영국의 경우 2006년 GDP의 9.4%를 금융이 차지하는 등 그 중요도가 날로 커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중앙값에 해당하는 미국의 세대소득은 1990년대 이후 사실상 변화가 없어 18년 동안 겨우 7% 증가했다. 그러나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2007년 봉급과 보너스,주식상여금으로 6850만달러를 받았다. 전년보다 25% 증가한 그의 소득은 일반인에 비해 2000배 정도 많았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겸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그래서 "지난 4000년간 지구에서 '생각하는 인간'이 부상해왔다면,이제는 '금융업을 일삼는 인간'이 부상 중"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금융의 지배》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베니스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메디치가의 은행 시스템,현대의 글로벌 금융회사에 이르기까지 세계 금융사 전반을 살피며 "금융은 인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업의 이윤은 부당이득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에도 불구하고 돈은 대부분 진보의 근원이었으며,모든 장대한 역사적 현상의 이면에는 항상 금융과 관련된 비밀이 숨어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메디치가와 같은 이탈리아의 은행가들이 동방의 산술체계를 화폐에 적용해 재산을 모은 덕분에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가 꽃필 수 있었으며 네덜란드공화국이 합스부르크제국보다 우세했던 것은 세계 최대의 은광을 얻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의 근대적 주식시장을 통해 금융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웰링턴 장군이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에게 승리를 거뒀던 것도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1880년대 세계 6위의 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과 통화 평가절하 같은 자기파괴적인 금융실책 때문에 1980년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폐인국가로 전락했다.
퍼거슨 교수는 빈곤은 탐욕스러운 금융업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은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차입자가 효율적인 신용망에 접근할 수 있어야 이들이 고리대금업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저축자가 믿음직한 은행에 예금할 수 있어야 자금이 유한계급에서 근면한 이들에게로 흘러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금융제도에 결함이 있다면 인간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변호한다. 상황이 좋으면 과열되고 사태가 나빠지면 깊은 침체에 빠지는 인간의 극단적인 성향을 화폐가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2007년 8월부터 조짐을 보인 미국발 금융위기도 은행의 전통적인 대출 업무나 실제 은행 파산과는 비교적 관련이 적었으며 금융위기의 주원인은 은행이 대출 자산을 재구성해 판매한 파생상품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책에서 화폐와 신용의 성장,채권 · 주식 · 보험시장과 부동산시장,국제금융의 성장과 쇠퇴 및 부흥 등을 다루며 각 주제마다 중요한 역사적 질문을 던진다. 화폐는 언제 금속에서 탈피해 종이로 바뀌었으며,또 언제 그 모든 형태에서 벗어났는가. 장기금리를 결정짓는 채권시장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 사실인가,보험이 반드시 최상의 위험 보호 수단이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의존은 국제 금융 안정의 핵심인가,단지 돌연변이 키메라에 지나지 않는가.
퍼거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보완관계를 일컫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한동안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양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차이메리카 모델은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책의 원래 제목을 '화폐의 부상(The Ascent of Money)'으로 정했던 그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화폐의 부상을 이해해야 하는 시기"라며 금융에 대한 무지가 주는 불이익을 경고한다. 세계 금융시장 통합이 진척될수록 금융지식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가 보장되지만 금융에 대해 무지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낙오될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금융사의 온갖 흐름과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뿐만 아니다. 1947년 미국 금융 부문의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2.3%였으나 2005년에는 7.7%로 커졌다. 영국의 경우 2006년 GDP의 9.4%를 금융이 차지하는 등 그 중요도가 날로 커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중앙값에 해당하는 미국의 세대소득은 1990년대 이후 사실상 변화가 없어 18년 동안 겨우 7% 증가했다. 그러나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2007년 봉급과 보너스,주식상여금으로 6850만달러를 받았다. 전년보다 25% 증가한 그의 소득은 일반인에 비해 2000배 정도 많았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겸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그래서 "지난 4000년간 지구에서 '생각하는 인간'이 부상해왔다면,이제는 '금융업을 일삼는 인간'이 부상 중"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금융의 지배》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베니스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메디치가의 은행 시스템,현대의 글로벌 금융회사에 이르기까지 세계 금융사 전반을 살피며 "금융은 인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업의 이윤은 부당이득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에도 불구하고 돈은 대부분 진보의 근원이었으며,모든 장대한 역사적 현상의 이면에는 항상 금융과 관련된 비밀이 숨어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메디치가와 같은 이탈리아의 은행가들이 동방의 산술체계를 화폐에 적용해 재산을 모은 덕분에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가 꽃필 수 있었으며 네덜란드공화국이 합스부르크제국보다 우세했던 것은 세계 최대의 은광을 얻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의 근대적 주식시장을 통해 금융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웰링턴 장군이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에게 승리를 거뒀던 것도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1880년대 세계 6위의 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과 통화 평가절하 같은 자기파괴적인 금융실책 때문에 1980년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폐인국가로 전락했다.
퍼거슨 교수는 빈곤은 탐욕스러운 금융업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은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차입자가 효율적인 신용망에 접근할 수 있어야 이들이 고리대금업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저축자가 믿음직한 은행에 예금할 수 있어야 자금이 유한계급에서 근면한 이들에게로 흘러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금융제도에 결함이 있다면 인간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변호한다. 상황이 좋으면 과열되고 사태가 나빠지면 깊은 침체에 빠지는 인간의 극단적인 성향을 화폐가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2007년 8월부터 조짐을 보인 미국발 금융위기도 은행의 전통적인 대출 업무나 실제 은행 파산과는 비교적 관련이 적었으며 금융위기의 주원인은 은행이 대출 자산을 재구성해 판매한 파생상품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책에서 화폐와 신용의 성장,채권 · 주식 · 보험시장과 부동산시장,국제금융의 성장과 쇠퇴 및 부흥 등을 다루며 각 주제마다 중요한 역사적 질문을 던진다. 화폐는 언제 금속에서 탈피해 종이로 바뀌었으며,또 언제 그 모든 형태에서 벗어났는가. 장기금리를 결정짓는 채권시장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 사실인가,보험이 반드시 최상의 위험 보호 수단이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의존은 국제 금융 안정의 핵심인가,단지 돌연변이 키메라에 지나지 않는가.
퍼거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보완관계를 일컫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한동안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양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차이메리카 모델은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책의 원래 제목을 '화폐의 부상(The Ascent of Money)'으로 정했던 그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화폐의 부상을 이해해야 하는 시기"라며 금융에 대한 무지가 주는 불이익을 경고한다. 세계 금융시장 통합이 진척될수록 금융지식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가 보장되지만 금융에 대해 무지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낙오될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금융사의 온갖 흐름과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