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 = 제7호 태풍 '곤파스'가 상륙한 2일 아침 서울에는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불어 아름드리나무가 잇따라 뽑히고 간판과 유리 파편이 날려 출근길 시민이 다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곤파스는 예상보다 빠른 이날 오전 6시35분 강화도 남단 지역에 상륙해 수도권을 지나 오후 동해 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당국은 서울 전역에 강한 비바람이 계속 불 것으로 예상해 차량 운행과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거목 뽑히고 자전거 거리에 나뒹굴어=

0...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어른이 한 번에 안기도 어려울 정도의 큰 가로수가 맥없이 쓰러져 강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날 오전 5시50분께 양천구 목동아파트 8단지 인근 도로에서는 10m가 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바람에 넘어가 인도와 차도 일부를 덮치고 5m 높이의 철제 광고판을 부수는 사고가 일어났다.

서울역과 남대문 경찰서 사이 도로의 중앙분리대에 심어진 대형 가로수도 쓰러져 버스 운행이 일시 마비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과천정부종합청사 주변 진입로에는 거치대에 세워둔 자전거 10여 대가 한꺼번에 바람에 쓰러지며 거리에 나뒹굴어 출근길 시민을 놀라게 했다.

=바람에 날린 간판ㆍ파편에 부상=

0...출근길 적지않은 시민은 강풍에 떨어진 간판 등에 맞아 다치는 봉변을 당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한양대병원 등 주요 병원 응급실에는 이날 새벽부터 쓰러진 간판과 유리창 파편 등에 경상을 입은 시민들이 내원하고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강풍에 넘어져 다친 사람도 있었다.

새벽에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어 피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8시 기준으로 서울에는 초속 10m의 강풍이 불었으며 소방당국은 거리에 계속 간판과 시설물 파손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호등 고장에 차량 운행 '아슬아슬'=

0...강풍에 신호등까지 고장 나 출근길 차량 흐름이 큰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 오전 6시께 남산3호터널에서 반포대교 방향 도로의 신호등 여러 개가 한꺼번에 꺼져 경찰이 수신호로 교통 흐름을 정리했다.

양천구 목동 1∼2단지 부근에도 정전으로 신호등이 꺼져 오가는 차량이 뒤엉키는 소동이 벌어졌다.

올림픽대교 남단 사거리의 잠실∼강동구청 방향 도로에서도 신호등이 강풍에 부러져 한때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오토바이 넘어지고…아비규환 출근길=

0...이날 시내 출근길에는 강풍에 가로등이 쓰러지고 달리던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잇따랐다.

오전 6시50분께 당산대교에서는 가로등 한 개가 갑자기 2~3차로를 가로질러 넘어지면서 일부 차가 쓰러진 가로등 기둥을 밟고 달거나 뒤따라 가던 차들이 급제동을 하는 등의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이 일대에서 1시간 가량 극심한 교통체증이 벌어졌다.

이날 아침 숭례문 인근 도로에는 화물을 싣고 달리던 오토바이가 강풍에 갑자기 쓰러져 시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서초구 검찰청 인근 도로 등에서도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사고가 수차례 일어났다.

이날 아침 관악구 봉천동에서 연신내까지 차를 몰았던 신모(28)씨는 "도로에 공중전화부스 3개가 한꺼번에 쓰러져 매우 놀랐다. 길에 쓰러진 나무를 들이받으면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운전했다"고 말했다.

=강풍에 `흔들'…자가용 포기=

0...많은 시민들은 바람이 세게 불자 자가용 출근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강남역과 삼성역 등 직장인이 많이 내리는 지하철역 출구에서는 평소 출근시간대보다 많은 시민이 비바람을 피해 종종걸음을 쳤다.

삼성역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를 봐야 알겠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평소보다 승객이 꽤 늘었다. 강풍으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자가용이나 버스 대신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가용을 고집한 사람들은 아침부터 때아닌 '공포'에 떨어야했다.

성수동에서 대치동 사무실로 차를 몰고 출근한 김모(28)씨는 "한강 다리를 건너는데 앞서가던 차들이 흔들흔들하는 게 눈에 보여 아찔했다"고 했다.

='우산 무용지물' 행인들도 고역=

0...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에 고역을 겪었다.

많은 행인들은 우산이 뒤집혀 비를 그대로 맞거나 거리에 나뒹군 슬레이트와 나무 조각을 피해 걸으며 태풍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또 비바람이 너무 심해지자 인근 상가 건물 등으로 2∼3차례씩 피했다가 다시 출근길을 재촉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한 회사원 원모(42)씨는 "건물 유리창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조마조마했다. 바람에 몸이 밀린다는 느낌을 오래간만에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선모(31.여)씨도 "어제 태풍이 온다고 들었지만 강풍이 이렇게 불지는 전혀 몰랐다. 미리 정부나 언론에서 얘기를 해줘야 맞지 않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