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인물열전] (16) 항우(項羽), 8년 동안 패하지 않았던 낭만적 패왕…한 번의 방심으로 천하를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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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역사는 승자 편이라고 한다. 초한지로 유명한 항우와 유방의 쟁패 과정에서 결국 유방이 승리하자 항우는 힘만 천하장사이지 지략도 없고 타락한 장수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사기》 10대 명편으로 꼽히는 '항우본기'에 의하면 항우는 하상(下相) 사람이다. 처음 군대를 일으켰을 때 스물네 살이었다. 힘이 장사였던 항우는 어려서 글을 배웠으나 소질이 없어 중도에 그만두었고 검술을 배웠으나 그것도 내팽개치고 병법을 배웠다.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지만 이렇다 할 기반은 별로 없는 그가 혜성처럼 나타나게 된 것은 진나라 폭정에 항거한 진섭의 모반과 등 돌린 민심이라는 천시(天時)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나라 수도 함양에 먼저 입성한 유방이 패상으로 군대를 이끌고 물러난 한 달 뒤 제후들의 맹주가 된 기민함과 진나라의 여러 공자와 왕족들을 살해하고,함양의 궁실을 불태우고 진귀한 보물과 재물을 몰수해 제후들과 나누어 가지는 배짱도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서초패왕(西楚覇王)이 돼 천하를 호령하면서 결국 유방의 도전을 받게 된다. 항우는 장장 8년여라는 지루한 쟁패 과정을 거치지만 단 한 번의 패배를 용인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승리가 화근이었을까? 그가 방심한 사이 유방은 건곤일척의 승부를 위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미인이라는 여인과 술에 빠져든 항우는 와신상담하며 때를 기다린 유방에게 해하라는 곳에서 포위된다. 사면초가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빗대 지은 시구는 이러했다.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한데,때가 불리하여 추가 나아가지 않는구나.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는가,우여,우여,그대를 어찌해야 하는가!'
항우의 뺨에 눈물 줄기가 떨어지자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울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애마에 올라타고는 따르는 부하 800명과 함께 한밤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직감적으로 포위망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기병들에게 말했다.
"여덟 해 동안 직접 70여 차례나 싸우면서 맞선 자는 쳐부수고 공격한 자는 굴복시켜 이제껏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결국 이곳에서 곤경에 처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하지 못한 탓이 아니다. "(항우본기)
항우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며 기병들을 네 방향으로 나누어 포위망을 빠져나간 뒤 다시 만나자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항우가 오강(烏江)이란 강을 건너면 살아남아 천하를 다시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배를 대고 기다리는 오강의 정장(亭長)에게 한 말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강을 건너겠는가!"(항우본기) 항우는 옛 부하에게 자신의 목을 가지고 유방에게 가면 1만호의 식읍을 받을 것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조직을 책임진 리더는 끝까지 살아남아 권토중래하면서 기회를 보아 재기할 수 있어야지 격정에 휘감겨 조직의 운명을 구렁으로 내몰아서는 안 되는 법이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wjkim@konyang.ac.kr >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지만 이렇다 할 기반은 별로 없는 그가 혜성처럼 나타나게 된 것은 진나라 폭정에 항거한 진섭의 모반과 등 돌린 민심이라는 천시(天時)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나라 수도 함양에 먼저 입성한 유방이 패상으로 군대를 이끌고 물러난 한 달 뒤 제후들의 맹주가 된 기민함과 진나라의 여러 공자와 왕족들을 살해하고,함양의 궁실을 불태우고 진귀한 보물과 재물을 몰수해 제후들과 나누어 가지는 배짱도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서초패왕(西楚覇王)이 돼 천하를 호령하면서 결국 유방의 도전을 받게 된다. 항우는 장장 8년여라는 지루한 쟁패 과정을 거치지만 단 한 번의 패배를 용인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승리가 화근이었을까? 그가 방심한 사이 유방은 건곤일척의 승부를 위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미인이라는 여인과 술에 빠져든 항우는 와신상담하며 때를 기다린 유방에게 해하라는 곳에서 포위된다. 사면초가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빗대 지은 시구는 이러했다.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한데,때가 불리하여 추가 나아가지 않는구나.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는가,우여,우여,그대를 어찌해야 하는가!'
항우의 뺨에 눈물 줄기가 떨어지자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울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애마에 올라타고는 따르는 부하 800명과 함께 한밤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직감적으로 포위망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기병들에게 말했다.
"여덟 해 동안 직접 70여 차례나 싸우면서 맞선 자는 쳐부수고 공격한 자는 굴복시켜 이제껏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결국 이곳에서 곤경에 처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하지 못한 탓이 아니다. "(항우본기)
항우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며 기병들을 네 방향으로 나누어 포위망을 빠져나간 뒤 다시 만나자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항우가 오강(烏江)이란 강을 건너면 살아남아 천하를 다시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배를 대고 기다리는 오강의 정장(亭長)에게 한 말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강을 건너겠는가!"(항우본기) 항우는 옛 부하에게 자신의 목을 가지고 유방에게 가면 1만호의 식읍을 받을 것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조직을 책임진 리더는 끝까지 살아남아 권토중래하면서 기회를 보아 재기할 수 있어야지 격정에 휘감겨 조직의 운명을 구렁으로 내몰아서는 안 되는 법이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wjkim@ko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