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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사진관 사장님의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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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들의 거침없는 이야기는 설득력 있다. 수치와 법규 등 그럴싸한 논리는 다소 약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다. 며칠 전 동네 명물인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때마침 식당 앞 사진관 사장님이 다가와 간이과세 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10년 동안이나 2400만원인 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이제는 2000원,3000원도 모두 신용카드 결제인데…."

    간이과세는 소규모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간 매출액 48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에 대해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나 기장 의무 등을 면제하는 제도다. 그중 연간 매출액 24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는 아예 부가가치세 납부를 면제해 준다.

    이 기준 금액은 2000년 7월에 결정된 이후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간이과세나 부가가치세 면제 제도가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한 제도이므로 현실성 있게 기준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맞다. 요새는 2000원,3000원도 카드로 결제하는 만큼 세원 포착도 제대로 된다. 생각해 볼수록 사진관 사장님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물론 세무당국의 처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전체 과세사업자는 507만명,그중 간이과세자는 185만명이다.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간이과세자라는 말이다. 매출액을 줄여 신고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만큼 간이과세 제도의 대상을 줄이는 것은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다. 조세의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그러하다. 기준 금액을 올려 영세 자영업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면 이러한 정책 목표가 희생된다.

    이 같은 논리에 수긍은 가지만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간이과세 제도가 일부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고 서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세원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로 '억울함'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

    불평이 쌓이면 조세 제도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무너진다. 신뢰가 없는 정책은 그 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다. 최저생계비만큼도 못 버는 사람들이나 간이과세의 '혜택'을 누리던 서민들을 좀 더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대만 할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일목요연한 설명 자료보다 사진관 사장님의 말 한마디가 훨씬 생생하다. 내가 지역구 국회의원이어서 동네 민원 앞에 약해지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생생한 이야기는 그들의 애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합리적인 면이 있다. 책상 위의 이야기는 논리적이기는 하나 원칙을 위한 원칙에 갇혀 있을 때가 왕왕 있다. 다시 한번 친서민적인 방법을 찾아보자고 요구해야겠다. 공무원들은 또 어떤 답변을 들고 찾아올까?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 nakw@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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