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PT서 '검정 터틀넥' 고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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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아트센터에서 컨퍼런스를 갖고 차세대 아이팟 터치와, 아이팟 나노, 애플 TV를 공개했다.
새로운 아이팟 터치는 전면 카메라를 장착해 페이스 타임(영상통화)가 가능해졌고 아이폰4와 같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작아진 아이팟 나노는 멀티터치를 지원한다. 아이팟 셔플은 음성명령 기능과 지니어스 믹스 기능 등이 제공된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가격을 크게 낮춘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 기존의 229달러에 비해 훨씬 저렴한 99달러로 한 달 후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새 애플TV는 고객들이 각종 비디오를 대여해 스트리밍(실시간 시청) 방식으로 볼 수는 있지만 구입할 수는 없게 돼 있다. 폭스뉴스와 ABC가 한 방송은 방송 다음날부터 대여할 수 있으며 고화질(HD) 개봉영화는 DVD로 나오는 날 4.99달러에 대여할 수 있다.
잡스 "터틀넥, 청바지, 운동화...전략 혹은 편해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이 날도 어김없이 단상에 올라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화려한 언변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하프 터틀넥(목이 반 정도 올라오는 티셔츠) 대신 크루넥(목을 둥글게 판 스웨터)을 입고 등장했다는 것. 리바이스 청바지와 흰색 뉴발란스 운동화는 그대로였다.
여기서 잠깐. 잡스의 패션과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12년 간 한결같이 검은색 셔츠에 물 빠진 청바지, 운동화만을 고수해온(오죽하면 올 초 잡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나타나자 미 언론들이 이를 일제히 대서특필했을정도)그이기에 패션에 대해서는 영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알기 쉽지만 사실 그의 검은색 셔츠에는 나름의 비밀이 숨어있다.
잡스의 성공신화를 다룬 수많은 책들 중에서는 그의 ‘패션’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책도 적지 않은데 지난 2005년 2월 일본에서 출간된 ‘만들어진 일본’(영화, 애니메이션, 요리, 패션까지. 하마노 보장 著)라는 책에 그의 터틀넥에 대한 짤막한 일화가 실려 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이세이 미야케’의 뉴욕 매장에 어느 날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IT기업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는 이 매장 직원에게 “자신이 미야케의 검정 터틀넥을 수백 벌 가지고 있는데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아 이를 보충하고자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매장 직원은 “그 상품은 뉴욕엔 재고가 없고, 일본에서도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수백 벌을 주문하겠다”며 구입 의사를 강력히 밝히고는 “지금 갖고 있는 터틀넥의 색과 촉감,
특히 소매를 걷어올렸을 때의 느낌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동일한 제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야케 매장 직원은 “일본에서 똑같은 패턴(형지)과 실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옷을 뉴욕 오피스에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잡스는 “몇 개 남지 않은 귀중한 물건을 보낼 순 없고 대신 실리콘 밸리까지 온다면 보여줄 수 있다”고 답했다. 결국 이 직원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실리콘 밸리까지 날아갔고,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잡스를 따라 그의 자택에 가서 실물을 확인한 뒤 주문을 했다.
이 일화는 물론 잡스가 패션 리더, 패션 마니아라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실 잡스는 그의 옷차림이 ‘고도의 경영 전략’이라고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편하고 좋아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라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일화에서는 한 가지에 몰두하는 잡스의 집착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IT업계에서는 이 두 가지야말로 오늘날의 애플신화를 일궈낸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한다.
어쨌든 연예인, 스포츠 스타도 아닌 기업 CEO의 옷차림마저도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걸 보면 잡스가 끼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 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인 ‘조이테크’란 곳에서는 애플과 잡스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잡스 옷 입히기’ 놀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또 그를 최신 패션 스타일로 꾸며주는 콘테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관심있는 독자들은 한 번 도전해보길.
<스티브 잡스 옷 입히기>
조이테크 http://www.geekculture.com/joyoftech/joyarchives/301_999/692flash.html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