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인 우회상장…부실기업 솎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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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硏 '우회상장 개선방안' 살펴보니
IPO처럼 엄격한 실질심사
회계법인 지정해 감사…거품 차단
투자자 보호 치중…시장위축 우려
IPO처럼 엄격한 실질심사
회계법인 지정해 감사…거품 차단
투자자 보호 치중…시장위축 우려
부실 장외 기업의 변칙 상장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우회상장 제도가 대폭 손질된다. 우회상장 11개월 만에 코스닥에서 완전 퇴출된 네오세미테크 같은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코스닥 우회상장 후 상장폐지된 기업이 작년 이후에만 16개에 이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우회상장 장외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강화 △변종 우회상장 차단 △신규 상장에 준하는 실질심사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은 이날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연내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장외기업 가치 '뻥튀기' 차단
개선안은 우선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장외 기업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해 장부상 흑자였던 네오세미테크가 우회상장 직후 외부 감사에서 대규모 적자가 드러난 것처럼 장외 기업의 가치 평가에 상당한 문제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우회상장을 추진하는 장외 기업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을 통해 상장 기업에 준하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상장 기업과의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장외 기업이 과대 평가되는 것을 예방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장외 기업의 수익가치와 상대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을 정비하고,가치를 잘못 산정한 외부 기관에 대해 제재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거래소는 상장 기업이 장외 기업과 인수 · 합병할 때 우회상장에 해당하는지를 건별로 심사할 방침이다. 현행 규정에선 우회상장 유형을 5가지로 한정하고 있어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가는 변종 우회상장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우회상장을 하려는 기업은 신규 상장에 준하는 실질심사도 받아야 한다. 심사기준은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합병과 비교해 최소한 같거나 더 엄격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우회상장 전반 위축 우려도
공청회에서는 개선안이 투자자 보호에 치중하면서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규연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2006년 제도 도입 이래 97개 기업이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들어올 정도로 우회상장 제도는 자본시장 진입의 중요한 채널"이라며 "일부 기업이 분식회계로 신뢰성을 저해하고 있지만 제도가 갖고 있는 장점도 부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완규 금융위 자본시장과장도 "우회상장 요건을 이렇게 강화하면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시장의 창의와 활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투자자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선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고창현 김앤장 변호사는 "상장사와 장외 기업의 인수 · 합병은 비밀 보장과 신속성이 최우선"이라며 "지정감사인 제도는 이 같은 속성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안착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주제발표를 맡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 중에서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며 "스팩 등 대체 수단이 있는 만큼 시장 위축보다는 불건전한 상장 예방책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