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채권단의 '기업 신용위험 평가'에서 C등급(기업개선작업 대상)을 받았던 코스닥 상장 업체 성원파이프가 신용 대출금을 모두 상환,채권단의 판정 결과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채권단은 당시 부채비율 현금흐름 영업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을 매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돼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빚 모두 상환'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파이프업체 미주제강의 자회사인 성원파이프는 주채권은행인 농협중앙회 대출금 20억원을 상환해 C등급 판정의 중요 원인이 됐던 신용대출금 120억원을 모두 갚았다. 지난달 26일 경기 안산에 있는 물류센터를 200억원에 매각한 미주제강도 잔금이 입금되는 대로 대출금을 갚는다는 계획이다.

미주제강 관계자는 "C등급을 받은 원인이 됐던 채무가 대부분 상환되는 만큼 이달 중 채권단에 등급 조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다음 달 말까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모두 상환해 무차입 경영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C등급으로 분류된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자력으로 회생이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C등급이 부여된 회사가 워크아웃을 통하지 않고 독자 회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빠른 회생은 보유 자산 매각과 해외시장의 자본 조달로 가능했다. 성원파이프는 7월30일 미주제강 대주주인 넥스트코드의 지분 12%를 124억원에 매각했다. 기관투자가 중심의 미국 제3증권시장인 'OTCQX'에 3일(현지시간)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해 2000만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성원파이프 관계자는 "지난달 진행한 로드쇼에서 투자할 기관투자가들은 정해진 상황"이라며 "230억~240억원을 조달해 채무 상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주제강 역시 서울 삼성동 부동산을 이달 중 매각,250억원을 추가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등급 판정 잘못됐나

C등급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두 회사의 재무구조가 빠르게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애초에 채권단의 신용평가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 당시 미주제강 등은 "생산소재인 열연강판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일 뿐"이라며 C등급 부여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열연강판의 가격이 작년 t당 68만원에서 올 들어 85만~90만원까지 오르면서 두 회사의 실적이 급격히 좋아졌다. 스파이럴 파이프를 생산하는 미주제강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만드는 성원파이프도 2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1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결과에 기업들은 "채권은행들이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해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 "기준대로 한 것"

하지만 채권단은 평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신용위험 평가 당시 두 회사 모두 가동률이 떨어져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신용위험 평가는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등급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국민 신한 산업 하나은행과 농협 등 6개 채권은행은 지난달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1985개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해 모두 65개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 중 38개사가 C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27개사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 없이 경영을 정상화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하는 D등급을 받았다.

당시 평가 과정에서 두 회사 모두 차입금이 늘면서 부채비율이 올라간 데다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C등급을 받았다. 미주제강은 지난해 매출 1670억원을 올렸지만 125억원의 적자를 냈고 성원파이프 역시 작년 121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재무구조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두 회사의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미주제강은 지난달 26일부터 6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가며 74.35%(145원) 급등한 340원까지 올랐다. 성원파이프도 지난 1일 상한가에 이어 2일에는 9.16% 상승했다.

노경목/강동균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