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의 상환 조건을 둘러싸고 투자자와 분쟁에 휘말렸다. 그동안 증권사가 만기일 종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했다는 논란은 많았지만,이번엔 천재지변으로 기초자산의 기준 시점이 변경된 것이 이슈로 떠올라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A씨는 우리투자증권이 판매한 '글로벌 ELS 제70호'에 가입했다가 증권사 측 오류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최근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 상품은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2년 만기로 설정됐으며,2008년 8월에 8억900만원어치가 팔렸다.

상품 구조는 2008년 8월22일 두 지수의 종가를 기준가로 삼고,3개월마다 기준가와 평가일 종가를 비교해 일정 비율을 웃돌면 연 18.0%의 수익률로 조기상환되도록 짜여졌다. 첫 3개월과 6개월 후 평가일에는 기준가의 95%,9개월과 12개월 후는 90%,15개월과 18개월 후는 85%,21개월 후와 만기일에는 80% 이상이면 각각 조기상환되는 '스텝다운형'(하향계단식) 상품이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기준가격으로 삼기로 했던 2008년 8월22일 대형 태풍이 몰아쳐 홍콩 증시가 임시 휴장한 것.우리투자증권 측은 해당일 기준가격 산출이 불가능해지자 그 다음 거래일인 8월25일로 기준일을 변경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사실을 공시했다.

설상가상으로 ELS를 설정한 지 한 달도 안 돼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져 해당 상품은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갔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글로벌증시가 회복되며 지수가 반등하긴 했지만 조기상환 '커트라인'에는 미치지 못해 투자자들은 애만 태웠다. 결국 이 상품은 지난달 19일 27%의 손실을 내고 만기 청산됐다.

A씨는 "2008년 8월22일 일본 증시는 열렸으므로 약속대로 기준가를 8월22일의 닛케이지수와 8월25일의 홍콩H지수로 해야 한다"며 "그랬을 경우 올해 5월 7회차 평가일에 조기상환이 가능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닛케이지수는 2008년 8월22일 1만2666.04로 마감된 후 25일 1.68% 오른 1만2878.66을 기록했다. 7회차 평가일인 지난 5월18일 닛케이지수는 1만242.64였다. 기준일을 8월25일로 잡으면 7회차 종가는 기준가의 79.53%에 그치지만 8월22일로 계산하면 80.86%로 조기상환 조건(80% 이상)에 해당한다. 홍콩H지수는 두 경우 모두 80% 이상 조건을 충족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업계 관행에 따라 합리적 기준으로 기준일을 변경했고 곧바로 투자자들에게 내용을 알렸기 때문에 문제될 점은 없다"며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