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동산 '수집' 나선 中부호
제주도 리조트에도 손 뻗쳐…돈 된다 싶으면 무차별 투자
이들이 해외에서 부동산을 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 투자.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떨어진 곳이 많아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또 자녀들의 해외 유학이나 휴양 등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 부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은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부동산 억제책을 시행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업체인 런던의 버클리그룹은 최근 런던 중심부 템스강변 첼시교 인근 아파트 단지를 분양했다. 분양가격은 1채당 10억원을 오르내렸다. 2006년 이후 최악인 런던의 부동산 시장을 감안하면 판매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의외로 분양은 성공적이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 부호들이 대거 몰려 집을 샀기 때문이다. 롭 페린스 최고경영자(CEO)는"지난해까지만 해도 신규주택 분양시장에서 아시아인의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0%로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카나리워프 근처 고급주택 소유자의 3분의 1은 중국인이다. 영국의 주택분양업체인 나이트프랭크는 런던 중심부 신규 고급주택 시장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11%로 추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중국과 홍콩에서 1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는 40만명이 넘는다"며 "이들은 해외에서도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대학가와 주요 도시 주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선 중국과 홍콩 출신 유학생이 6만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학가의 고급 주택가에 가보면 쉽게 중국인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고급 주택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지역의 빌라 상당수가 최근 중국인의 소유로 넘어갔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고급 신규주택 단지를 보러 오는 고객의 절반이 중국인일 정도다.
일본 부동산 시장에도 중국 부호들이 몰려간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구 9만3000명의 소도시인 홋카이도 치토세 시에서 일본 광고회사 니토리퍼블릭이 매물로 내놓은 고급주택 17채 전부가 중국 부자에게 약 80억원에 팔려나갔다. 부동산업체인 스타시아캐피탈의 야쓰다 아키히로 수석 애널리스트는 "상하이에서 부동산 수익률은 2~3%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서는 8~1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제주도도 중국인 큰손들이 눈독을 들이는 대표적 투자처다.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때 대규모 부동산 구매단이 전세기를 타고 제주도로 몰려와 리조트 단지를 둘러봤다.
미국의 부동산업체 오닐그룹의 패트릭 오닐 CEO는 "중국인 부호들이 사들이는 주택은 최소 80만홍콩달러(약 1억2000만원)에서 최고 1500만파운드(약 270억원)까지 다양하다"며 "위안화 가치가 많이 오른 것도 중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많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위안화 가치는 파운드화 대비 30%,달러 대비 10% 이상 절상됐다.
존 메신저 RBS 주택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세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하강하면 세계 주택시장도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