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할 때 인 · 적성 검사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말그대로 자신의 인성과 적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정답이 따로 있을 리 없다. 회사별로 정확히 어떤 기준에 맞춰 종합 점수를 내는지도 사실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인 · 적성 검사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준비는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지를 달달 외운다고 해결 될 일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솔직함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굳이 준비할 게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자기 평가를 해 보는 게 좋다.

자신의 장 · 단점을 곰곰 꼽다보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지,어떤 업무에 적당한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고 이는 인 · 적성 시험을 볼 때 솔직한 답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일수록 인 · 적성 검사 활용

인 · 적성 검사는 달라진 취업 환경을 잘 보여준다. 예전엔 높은 학점,탄탄한 영어 실력 등 객관적인 '스펙'만 월등하면 취업의 문을 열기 쉬웠다. 하지만 요즘엔 기업마다 각기 개발한 인 · 적성 검사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과 비전에 적합한 인재가 누구인지를 가려내고 있다.

취업 인사 포털 사이트인 인크루트가 최근 556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43%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 · 적성 검사나 직무능력 검사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삼성그룹의 SSAT 등 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검사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82.5%가 인 · 적성 검사나 직무능력 검사를 활용하고 있는 데 비해 중견 기업과 중소 기업은 각각 42.2%, 25.1%에 그쳐 대조적이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과 금융이 거의 대부분 관련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을 비롯 식음료와 건설,물류,운수가 비교적 활용도가 높다고 인크루트 측은 설명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인 · 적성 검사를 봤을 때 구직자의 연령에 따라 성향이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구직자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의욕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30대 구직자들은 창조성과 책임성,40대 이상의 구직자들은 지구성,침착성,자주성 등의 성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솔직함,시간 관리가 중요

인 · 적성 검사를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취업포털 사이트인 커리어의 이정우 대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상당히 많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정보 취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취업전문기관이나 출판사에서 기업별 인 · 적성검사의 유형을 모아놓은 책과 각종 자료들을 내놓고 있어 조금만 노력해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 · 적성검사를 본 상당수 지원자들이 겪은 어려움 중 하나는 시간부족이다. 문제 자체도 생소한 데다 시간 배분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매우 중요한 수업이 있는 날 하필 내일까지 마무리해야 할 업무가 급하게 주어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문제가 이런 식이기 때문에 문제 하나하나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나머지 문제에 답을 적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대표는 "시간 배분을 위해서는 검사지를 받는 즉시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보면서 얼마나 많은 문항으로 구성되었는지, 또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는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어진 시간과 문제 수를 고려해 한 문제당 풀어야 할 시간을 미리 계산한 뒤 시간관리를 하면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 문항 수가 많다 보니 넘겨짚는 답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지문 및 지시사항은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솔직하고 일관성 있는 답을 써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성격을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의식하고 답을 기재하다 보면 종합채점 결과에서 안 좋은 점수를 얻을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면 되는 만큼 너무 골똘히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영업직에 지원했다고 적극적인 성격을 보이려 하거나 마케팅직이라고 해서 개성 강한 성격을 전달하려고 하다 보면 일관성을 잃기 쉽다. 이럴 경우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