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11만채를 웃돌고 거래는 자취를 감췄다.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상당수가 좌초되거나 지연됐고 지난 6월 건설사 신용평가를 통해 중견 건설사들이 워크아웃 판정을 받아야 했다. 사업을 위해 구입한 택지를 되팔고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건설사마다 주택건설 관련 부서를 축소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악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대형 건설사들은 침체된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505억달러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수주실적인 491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중동 산유국의 플랜트 ·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계속되고 세계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의 발주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 사업 실적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건설사 채용 규모는 작년 하반기와 비슷하거나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 건설업계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위안이 되고 있다.

회사 내 해외 사업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건설업계 신규채용에선 어학실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토익스피킹 혹은 국제공인영어회화평가(OPIc) 점수를 필수적으로 기재토록 하고 있다. 영어 면접을 보는 곳도 많다. 프랑스어,중국어,아랍어 등 제2외국어 가능자에게는 가점을 주기도 한다. 자기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한 지원자를 우대해주는 건설사도 많아 예비 취업준비생이라면 인턴십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취업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달 중 서류 전형을 시작하는 현대건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 전형 절차에 영어 인터뷰를 포함시켰다. 원어민 면접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3~4명의 지원자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영어로 자유토론을 한다. 현대건설은 이달 중 서류전형을 거쳐 필기전형(인 · 적성검사),영어 인터뷰,면접 전형을 거쳐 11월께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학력과 학점,어학성적,출신지역 등의 정보를 볼 수 없다. 아랍어,중국어 등 제2외국어가 가능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선발한 300여명과 비슷하거나 이를 웃도는 숫자의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6일 서류 접수를 마감한 삼성물산은 건축 토목 기계 전기는 물론 상경과 법정 등 다양한 전공자를 선발한다. 특수어 영업직으로 프랑스어 베트남어 터키어 폴란드어 스페인어 이란어 일본어 전공자를 별도로 뽑는다. 삼성그룹 인 · 적성검사인 SSAT 시험을 치러야 하며 토익스피킹이나 OPIc 점수를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 시험 응시는 3회로 제한된다. 별도의 영어 면접은 없다.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27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는 GS건설은 플랜트설계 플랜트 사업관리 발전 · 환경설계 시공 지원 등 다양한 분야를 모집한다. '창의적 기업가 정신'을 인재상으로 정립하고 있으며 승부근성과 창조적 열정을 갖되 조직 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을 등용하고 있다. 채용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작년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달 중순부터 서류 전형을 시작하는 대림산업은 7월부터 6주간 진행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에게 서류 전형 가점을 준다. 면접은 역량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인성면접 등을 실시한다. 영어회화 면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두산건설은 13일까지 서류 신청을 받는다. 생산과 법무 재무 · 회계 분야의 신입 사원을 모집한다. 채용인원은 10명 이상으로 구체적 규모는 미정이다. 지원서를 작성한 뒤 자기소개서를 대체하는 DBS(Doosan Biodata Survey)를 응시하게 된다.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기초적성검사 정서역량검사 인성검사 한자검사를 모두 포함하는 두산종합적성검사와 면접 전형을 거치게 된다. 이 밖에 동부건설은 내달 12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하고 토목 건축 기계 전기 사무 분야에서 두자릿수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롯데건설도 이달 중 모집공고를 내고 그룹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