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수에게 듣는다] "부동산 대세 상승 당분간은 오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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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
"10년간의 호황 장세 끝나
단기 시세 일희일비 말고 주기적 변동성에 주목해야
소형주택은 버블 위험…무분별한 투자 자제해야"
"10년간의 호황 장세 끝나
단기 시세 일희일비 말고 주기적 변동성에 주목해야
소형주택은 버블 위험…무분별한 투자 자제해야"
"10여년간 지속됐던 부동산 호황 장세는 끝났습니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쉬고 있는 것과 같아요. 화려한 대세상승이 오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연구소장(46 · 사진)의 논리는 명료했다. 부동산시장은 단기 시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장밋빛 낙관론자도 아니고 극단적인 비관론자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특히 그는 요즘 회자되는 '버블 붕괴론'에 대해 경계했다.
박 소장은 1625년 지어진 네덜란드 운하도시 암스테르담의 '헤렌흐라흐트(herengracht)'라는 마을을 예로 들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며)이 사이클을 보세요. 380여년간 이 마을은 전쟁,불황,금융위기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집값이 급락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물가상승을 뺀 실질 주택가격은 3.5배가량 올랐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집값이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물가상승률만큼은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죠."
박 소장은 호황기와 불황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경기순환(cycle)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르기만 하던 부동산 시장에 '변동성'이란 새로운 질서와 흐름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점에서 부동산 폭락론이나 폭등론은 1차 방정식의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사고 일 뿐,곡선을 그리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경계한다. 국내 경제의 기초 체력을 놓고 볼 때 지금은 '버블해소'의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가격이 급락해 금융시스템이 망가지고 실물경기 혼란으로 이어지는 버블붕괴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다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당분간 가격이 본격 상승세로 진입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은행 대출을 많이 끼고 집을 장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는 "최근 유행어가 된 하우스푸어는 부동산에 올인한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라며 "과도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빨리 떨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란 무리한 대출로 집은 사놓고 이자도 못갚고 집값 하락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
박 소장의 주장처럼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는 집이 주거공간 소비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돈'으로 보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꼽는다. 집을 자산증식의 수단인 자산(asset)이나 저장(stock)의 수단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대출을 많이 끼고 사는 사례가 늘면서 부동산이 금융시장의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국제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집값이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의 글로벌화도 이런 관점으로 풀이한다.
그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금융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따라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는 변동성 쇼크가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졌던 부동산이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노출된 만큼,앞으로는 변동성을 흡수하는 관리(management)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투자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구체적으로 소형주택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소형주택이 틈새 투자처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길게 보면 위험하다"며 "소형주택은 그동안 버블해소가 안 됐을 뿐 아니라 보금자리주택,도시형 생활주택,뉴타운의 소형주택 공급확대 등으로 조만간 공급과잉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흔히들 얘기하는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주택의 잠재성에 대해서도 그는 "고령세대 비율이 16%에 달했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선진국들이 2000년대 중반 버블 논란이 일 만큼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구 변화라는 하나의 변수로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단선적인 사고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금융자산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은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져 20년 가까이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같은 기간 닛케이종합지수가 82% 떨어진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부동산 자산도 위험자산의 성격을 띠게 됐지만 대체 투자처로 주식,펀드와 같은 금융자산에 주목하라는 금융전문가들의 말은 투자자들을 다시 현혹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런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을 짚은 '부동산 미래쇼크'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부동산학 박사이자 중앙 언론 부동산 담당기자를 거쳐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겸 수석부사장을 맡는 등 15년간 부동산시장에 몸 담아온 경험과 분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부동산미래쇼크 읽어보기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연구소장(46 · 사진)의 논리는 명료했다. 부동산시장은 단기 시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장밋빛 낙관론자도 아니고 극단적인 비관론자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특히 그는 요즘 회자되는 '버블 붕괴론'에 대해 경계했다.
박 소장은 1625년 지어진 네덜란드 운하도시 암스테르담의 '헤렌흐라흐트(herengracht)'라는 마을을 예로 들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며)이 사이클을 보세요. 380여년간 이 마을은 전쟁,불황,금융위기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집값이 급락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물가상승을 뺀 실질 주택가격은 3.5배가량 올랐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집값이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물가상승률만큼은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죠."
박 소장은 호황기와 불황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경기순환(cycle)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르기만 하던 부동산 시장에 '변동성'이란 새로운 질서와 흐름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점에서 부동산 폭락론이나 폭등론은 1차 방정식의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사고 일 뿐,곡선을 그리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경계한다. 국내 경제의 기초 체력을 놓고 볼 때 지금은 '버블해소'의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가격이 급락해 금융시스템이 망가지고 실물경기 혼란으로 이어지는 버블붕괴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다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당분간 가격이 본격 상승세로 진입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은행 대출을 많이 끼고 집을 장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는 "최근 유행어가 된 하우스푸어는 부동산에 올인한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라며 "과도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빨리 떨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란 무리한 대출로 집은 사놓고 이자도 못갚고 집값 하락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
박 소장의 주장처럼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는 집이 주거공간 소비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돈'으로 보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꼽는다. 집을 자산증식의 수단인 자산(asset)이나 저장(stock)의 수단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대출을 많이 끼고 사는 사례가 늘면서 부동산이 금융시장의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국제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집값이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의 글로벌화도 이런 관점으로 풀이한다.
그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금융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따라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는 변동성 쇼크가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졌던 부동산이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노출된 만큼,앞으로는 변동성을 흡수하는 관리(management)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투자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구체적으로 소형주택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소형주택이 틈새 투자처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길게 보면 위험하다"며 "소형주택은 그동안 버블해소가 안 됐을 뿐 아니라 보금자리주택,도시형 생활주택,뉴타운의 소형주택 공급확대 등으로 조만간 공급과잉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흔히들 얘기하는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주택의 잠재성에 대해서도 그는 "고령세대 비율이 16%에 달했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선진국들이 2000년대 중반 버블 논란이 일 만큼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구 변화라는 하나의 변수로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단선적인 사고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금융자산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은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져 20년 가까이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같은 기간 닛케이종합지수가 82% 떨어진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부동산 자산도 위험자산의 성격을 띠게 됐지만 대체 투자처로 주식,펀드와 같은 금융자산에 주목하라는 금융전문가들의 말은 투자자들을 다시 현혹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런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을 짚은 '부동산 미래쇼크'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부동산학 박사이자 중앙 언론 부동산 담당기자를 거쳐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겸 수석부사장을 맡는 등 15년간 부동산시장에 몸 담아온 경험과 분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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