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은 인턴을 지원하기 위해 4학년이 돼서야 처음 쳤습니다. 다들 스펙 쌓기에 열중이지만 저는 남들과 다른 저만의 스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난 7월부터 SK C&C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인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김혁중씨(25 · 사진).본래 인턴 기간은 이달 중순까지였지만,주요 프로젝트에 투입돼 한 달가량 늘어났다. 김씨는 인턴 수료 뒤 정식 사원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김씨는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흔히 하는 생각과는 크게 다른 방식으로 취업문을 뚫었다. 그의 학점은 3점대 초반,토익 점수도 지원자격만 아슬아슬하게 맞춘 700점대 정도다. '학점 4점대','토익 900점대'의 스펙과는 거리가 멀다. 취업 담당자들이 식상하다며 거들떠 보지도 않는 어학연수조차 다녀오지 않았다.

"1,2학년 때는 교내 전통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물론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생각해 동아리를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꼭 하고 싶었던 활동이라 주저없이 선택했습니다. "

신입생들이 학술 동아리로 몰리는 탓에 취업과 상관없는 동아리들이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남다른 선택이었다.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그는 제대를 앞두고선 마케팅으로 눈길을 돌렸다. 경영학과 동기들 대부분이 금융권이나 공기업 취업을 노리거나 공인회계사(CPA) 등 시험을 준비하는 것을 생각하면 다른 길을 간 셈이다.

그는 "군대 마지막 휴가 동안 준비했던 마케팅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를 계기로 복학 후 본격적으로 진로를 이 방향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내 마케팅 동아리인 'OPUS 연세'에 1기로 참여해 대우건설,제주항공,안철수연구소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올 1학기엔 회장을 맡아 프로야구팀 넥센히어로즈와 향후 마케팅 전략을 짜기도 했다.

한 달가량 이어진 SK C&C의 인턴 채용 과정에서도 그의 경험은 빛을 발했다. 많은 지원자들은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토론 등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평소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단련된 김씨는 오히려 수월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가서는 어떤 차별화 포인트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나만의 핵심역량을 쌓는 데 노력했습니다. " 그가 말하는 취업 성공의 비결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