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장관이 딸의 외교 공무원 특채문제로 인해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고위 공무원의 처신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자 공무원 채용제도가 과연 공정하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일임이 분명하다.

단 1명을 뽑는 특채에서 현직 장관 딸을 선발했고,채용 과정에서 선발 기준까지 바꾼 이번 일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행정안전부가 다른 외교관 자녀의 채용과정까지 감사를 확대하고, "과거에도 특혜를 받은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파문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를 공무원 채용제도의 문제점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학위나 전문성 등에 과도한 제한을 둬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는지, 편법 채용을 위해 선발 기준과 방식을 수시로 바꾸지 않았는지 등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사회 구현'과도 거꾸로 가는 행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적지 않다. 행정고시라는 명칭을 5급 공채로 바꾸고, 특채를 통해 민간전문가를 전체 채용인원의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개방과 경쟁으로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고 업무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특채 방식이 지원 자격을 갖추기 힘든 대다수 국민들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까닭이다. 이번 외교부 사태는 그런 불공정한 결과에 대한 세간의 걱정이 결코 지나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공무원 채용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운용방안을 확립하는 일이다. 정부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국민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적극 수렴하면서 불공정한 채용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합리적 채용기준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런 방안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것이 전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