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고가 매달 증가함에 따라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고 증가는 기업의 생산량에 비해 소비가 부진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산하는 만큼 소비가 되지 않으면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산업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생산자제품 재고지수는 132.5로 전월 대비 4.6포인트(3.6%) 상승했다. 이 지수는 통계청이 광업 및 제조업 분야 519개 품목의 재고를 조사해 작성하는 것으로 작년 11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다. 7월 재고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의 13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고가 늘더라도 출하가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663개 품목의 출하량을 나타내는 출하지수는 7월 137.1로 전달보다 1.1포인트(0.8%) 하락했다. 재고는 늘고 출하는 줄면서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재고율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고율지수는 4월 94.9에서 5월 94.1,6월 92.4로 두 달 연속 하락했으나 7월에는 95.0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이를 경기 위축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재고 증가를 지속적인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 생산량은 일정한데 소비가 감소해 재고가 늘어나는 것이라면 재고 증가는 좋지 않은 징후다. 반면 기업이 판매 증가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리는 경우라면 재고 증가가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기저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생산을 늘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재고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면서 출하량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따라서 올해는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