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외무고시 영어능통자 전형 합격자의 41%가 외교부 고위직 자녀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5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22명을 선발한 외시 영어능통자 전형에서 9명이 전 · 현직 장 · 차관과 3급 이상 고위직 자녀로 나타났다.

이 기간 영어능통자 전형으로 해마다 3명 정도 뽑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1~2명은 고위직 외교관의 자녀가 채용된 셈이다. 현재 외교부에는 총 30명의 고위직 외교관 출신 자녀들이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채용으로 들어온 직원 7명 중에는 전 불가리아 대사, 전 코트디부아르 대사, 전 스페인 대사의 자녀 등 4명이 5급 사무관에 해당하는 2등 서기관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유 장관 딸을 포함해 3명은 퇴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사실상 음서(蔭敍:고위층 자녀 무시험 채용)제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외교관 선발시험(외교아카데미 교육 포함)이 심층면접과 전 과정 영어교육으로 변경되면서 외교관 자녀들에게 절대 유리한 환경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고시 폐지 · 외부 전문인력 선발 방안 등을 발표했을 당시 "특수층 자녀들이 들어가기 쉬운 제도"라고 비판했던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990년대 특채 제도를 도입한 이래 전 · 현직 외교부 고위 관리 자식들의 입부와 관련해 특혜 시비가 있었지만 유야무야 넘어간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채가 서류심사와 면접만으로 이뤄지면 채용비리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