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 '공정한 사회'태풍이 거세다. 이명박 대통령이 '8 · 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하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한 이후 고위직 낙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딸 특채 의혹 시비에 휘말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4일 결국 청와대에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해 유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최장수 장관 그룹에 속했던 유 장관은 외교장관에 임명된 지 2년7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유 장관 후임으로는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우선 거론된다. 11월 예정된 주요 20개국(G20)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 주요 외교현안에 원활하게 대처하려면 현 정부 외교정책의 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수석이 유력하다는 게 여권 내 기류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와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도 하마평에 오른다. 유 장관 후임 인선까지는 신각수 1차관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인사 특혜 논란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한 사회의 빛을 바래게 할 수 있어 청와대는 비교적 신속하게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낙마의 배경과 같다. 대-중소기업 상생,친서민 등을 바탕에 깔고 내놨던 공정한 사회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현 정부에 타격을 준 셈이다. 유 장관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이달 말 우리나라 외교장관의 기조연설이 예정된 유엔 총회와 G20정상회의 등 외교현안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 장관의 사의표명에도 불구하고 딸 특채 의혹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가 유 장관 딸 외에 외교부에 근무하는 다른 외교관 자녀의 채용 과정까지 감사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행안부 특별인사감사팀은 유 장관 딸 특채 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외교부에 채용된 다른 외교관 자녀와 관련한 인사 기록도 제출받았다. 외교부에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 중 7명이 외교관 자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이들의 채용 과정에도 특혜를 주고자 법령을 위반한 사례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다른 공직자들의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안부는 특히 유 장관의 딸 채용 과정과 관련해 외교부가 1차 공고 때 대상자 모두를 탈락시키고 2차 공고를 낸 과정과 다섯 명의 면접관 중 두 명을 외교부 간부로 구성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