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이르면 이달 중 내놓는다. ELW의 거래가 하루 2조원 안팎에 달할 만큼 시장이 급팽창했지만 투자자 보호,가격결정 구조면에서 개선점이 많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ELW시장을 겨냥해 "투기적 수요만을 충족시키는 금융상품 출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 진입장벽 너무 낮아

금감원 관계자는 5일 "ELW시장이 급팽창했지만 내용면에선 각종 문제점이 발견돼 금융위원회와 시장 건전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실시한 투자자 설문 및 거래 현황 조사를 토대로 대책 초안을 마련 중이다.

금감원은 우선 ELW시장 과열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파생상품을 담당하는 복합금융서비스국 관계자는 "개인들이 ELW의 위험성을 알지 못한 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며 "장외 파생상품인 ELW가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LW는 옵션상품 성격이어서 최대 손실폭이 원금의 100%가 될 수도 있지만,증권사에 주식 위탁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거래할 수 있다. 또 가격은 싸지만 손실 가능성이 높은 '외가격' 상태인 상품이 주로 거래돼 투기성향도 높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개선책으로 ELW 투자시 옵션처럼 별도 계좌를 만들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옵션 거래는 일반 주식거래와 별도로 전용계좌를 만들고 1500만원의 예탁금을 넣어야 참여할 수 있다. 투자성향 및 투자경력 확인,위험사항 고지(告知) 절차도 거쳐야 한다.

ELW 투자자도 위험사항을 안내받기는 하지만 HTS 단말기 등에서 설문항목을 체크만 하면 되므로 형식적인 절차에 가깝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별도 전용계좌 개설을 의무화하는 것은 시장 충격이 작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라면서 "투자경력과 투자액으로 투자자를 걸러내는 강도 높은 규제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업계 반발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유동성 공급자의 '가격독점'도 문제

ELW의 거래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도 논의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ELW 상품별로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가 독점적으로 매도호가를 내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옵션시장과 달리 ELW는 다수(투자자) 대 1(LP)의 독점구조"라며 "LP 간 호가 경쟁을 효율화하는 게 열쇠"라고 설명했다.

상품별로 다수의 LP가 경쟁적으로 호가를 내게 하는 방안이 있다. 이 경우 LP 간 담합 위험이 있으므로 조건이 비슷한 ELW를 묶어 상품특성(변동성 등)을 비교공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행 LP 평가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ELW 매도호가 제시에 문제가 있거나 비싼 가격에 주문을 내는 증권사에 대해 상품 발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쏟아낸다는 지적에 따라 발행물량을 회사별로 할당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추석연휴 직후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대책 초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자칫 시장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증권 연구원은 "ELW 구조 상 LP들의 경쟁을 강화하기 쉽지 않고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과열이 우려된다면 ELW의 경쟁 상품인 개별주식 옵션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내가격·외가격

내가격(ITM · in the money)은 콜옵션에서 기초자산(지수 · 종목) 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높을 때(풋옵션에선 낮을 때)를 가리킨다. 반대로 외가격(OTM · out of the money)은 기초자산 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낮아(풋옵션에선 높아)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외가격구간에선 이론적으로 옵션의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