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미스터리] 채소·과일·생선값 1년새 20% 뛰었는데 물가상승률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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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와 현실 너무 큰 갭
지수 산출 가중치 높은 공산품·서비스 가격 제자리
한은·민간硏, 전망 엇갈려…국제 유가·환율 움직임도 변수
지수 산출 가중치 높은 공산품·서비스 가격 제자리
한은·민간硏, 전망 엇갈려…국제 유가·환율 움직임도 변수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데도 물가지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최근 넉 달 동안 2.6~2.7%(전년 동월 대비)에 그쳐 몇 달 전부터 물가가 뛸 것이라는 경고를 내고 있는 한국은행이 무안할 정도다. 통상 물가가 우려된다고 할 때는 한은의 목표인 3.0%를 웃도는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이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마저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한은이 기존의 전망 자체를 전면 재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감 물가와 지수는 천양지차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무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26.6% 올랐다. 마늘(85.0%) 수박(72.6%) 포도(43.4%) 배추(35.9%)도 큰 폭으로 뛰었다. 채소 과일 생선 등 사람들이 자주 사야 하는 신선식품의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0%나 올랐다.
그런데 소비자물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수의 상승률은 2.6%에 그쳤다. 2.6%라는 수치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3.0%를 꽤나 밑도는 수준이다.
체감물가와 지수 간 괴리가 이처럼 큰 이유는 뭘까. 신선식품을 제외한 다른 물품의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업제품 가격은 2.5%로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다. 서비스가격 상승률은 1.7%에 불과하다.
◆GDP갭 · 물가전망 논란
한은이 공식적으로 물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5개월 전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9일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는 서비스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둔화됐으며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5월12일엔 "앞으로 물가는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나 경기회복으로 수요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은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분기 2.8%,4분기 3.2%로 제시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를 국내총생산(GDP)갭이란 말로 설명했다. GDP갭이란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말한다.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추월해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면 그만큼 총수요 압력이 커져 물가가 뛰는데 한국도 임박했다고 김 총재는 진단했다.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은 이르면 3분기,늦어도 4분기는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은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은 내년 중반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과는 180도 다른 보고서를 내놨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통화정책패널 회장)도 "GDP갭은 2분기에 소폭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경기둔화로 3~4분기에 다시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 하락추세
국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국제유가와 환율이다. 한은에선 하반기 물가급등 전망의 근거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점도 내세웠다. 실제 최근까지 국제유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5월 배럴당 57.89달러,6월 69.35달러,7월 64.97달러,8월 71.37달러 등이었다. 올해엔 5월 76.84달러,6월 74.05달러,7월 72.61달러,8월 74.17달러 등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4분기에도 상승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최근의 국제유가 움직임이 그대로 간다면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사실상 제로 수준이 된다.
환율이 하락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수입물가가 상승해도 환율이 그만큼 내리면 국내 물가는 오름폭이 상쇄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제 기초체력을 감안했을 때 원 · 달러 환율이 장기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체감 물가와 지수는 천양지차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무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26.6% 올랐다. 마늘(85.0%) 수박(72.6%) 포도(43.4%) 배추(35.9%)도 큰 폭으로 뛰었다. 채소 과일 생선 등 사람들이 자주 사야 하는 신선식품의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0%나 올랐다.
그런데 소비자물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수의 상승률은 2.6%에 그쳤다. 2.6%라는 수치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3.0%를 꽤나 밑도는 수준이다.
체감물가와 지수 간 괴리가 이처럼 큰 이유는 뭘까. 신선식품을 제외한 다른 물품의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업제품 가격은 2.5%로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다. 서비스가격 상승률은 1.7%에 불과하다.
◆GDP갭 · 물가전망 논란
한은이 공식적으로 물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5개월 전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9일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는 서비스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둔화됐으며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5월12일엔 "앞으로 물가는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나 경기회복으로 수요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은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분기 2.8%,4분기 3.2%로 제시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를 국내총생산(GDP)갭이란 말로 설명했다. GDP갭이란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말한다.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추월해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면 그만큼 총수요 압력이 커져 물가가 뛰는데 한국도 임박했다고 김 총재는 진단했다.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은 이르면 3분기,늦어도 4분기는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은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은 내년 중반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과는 180도 다른 보고서를 내놨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통화정책패널 회장)도 "GDP갭은 2분기에 소폭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경기둔화로 3~4분기에 다시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 하락추세
국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국제유가와 환율이다. 한은에선 하반기 물가급등 전망의 근거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점도 내세웠다. 실제 최근까지 국제유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5월 배럴당 57.89달러,6월 69.35달러,7월 64.97달러,8월 71.37달러 등이었다. 올해엔 5월 76.84달러,6월 74.05달러,7월 72.61달러,8월 74.17달러 등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4분기에도 상승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최근의 국제유가 움직임이 그대로 간다면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사실상 제로 수준이 된다.
환율이 하락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수입물가가 상승해도 환율이 그만큼 내리면 국내 물가는 오름폭이 상쇄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제 기초체력을 감안했을 때 원 · 달러 환율이 장기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