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시즌이 되면 롯데 · 현대 · 신세계 · 갤러리아 등 백화점 매장에는 전국 팔도의 명인과 명장들의 철학과 혼이 담긴 전통식품이 대거 등장한다. 각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수개월간 전국을 누비며 발굴해 선물세트로 만든 상품들이다. 전통이 담긴 명인 · 명장 선물세트는 유통업체들의 품격과 상품 구성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올 추석 시즌에도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부터 장아찌 부각 게장 전통차 전통주에 이르기까지 장인들의 솜씨와 맛을 느낄 수 있는 전통식품들이 선물세트 목록에 올랐다.

◆명인들이 담근 '고급 장류' 열전

전통식품 명인들이 직접 담그는 각종 장류는 백화점 선물세트의 단골 메뉴다. 롯데는 전통식품 명인 제35호인 기순도 명인(전남 담양)이 담근 된장(25만원)을 내놓았다.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죽염을 물에 녹인 후 맑은 죽염수만을 받아서 만든 명품 된장이다. 제36호인 문옥례 명인(전북 순창)이 전통 방식으로 만든 찹쌀 고추장과 굴비 더덕 매실 장아찌를 함께 담은 장류세트(26만원)도 선보였다.

현대는 '명인명촌'이란 브랜드로 각종 전통식품을 다양한 선물세트로 만들었다. '미본(味本)진(眞) 세트'(10만원)는 문순천 명인이 등푸른 생선과 다시마액,무말랭이로 21개월 숙성시킨 제주 해어림 어간장,한금수 장류연구소장이 옛 방식 그대로 장을 담근 순창 간장,국내산 참깨를 세 번 볶아서 거른 윤원상 명인의 참기름 등으로 구성했다. '3도 명장세트'(18만원)는 김병룡 명인(전주)의 궁중비법 서리태 진간장인 '숙황장',김종희 명인(충북 청원)의 600년 종갓집 된장,성명희 명인(경기 양평)의 전통 된장 등 3도의 깊은 장맛을 함께 담은 상품이다. 신세계도 김병룡 명인의 숙황장과 기순도 명인의 간장을 함께 담은 '대한민국 명인 장 세트'(10만원)를 내놨다.

◆술부터 청포도까지 명장의 손길을 담아

롯데는 올 추석시즌에 전통식품 명인 제1호인 벽암 스님에 의해 12대째 전승되는 전통주인 '송화백일주 모악 세트'(5만8000원),우전차 제조기능 보유자 김동곤 명인이 전통 제조업으로 만든 벽소령(녹차)과 만산홍(황차)으로 이뤄진 '쌍계제다 왕의 차세트'(50만원)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최고가 명인 상품으로는 나전칠기 명장 김규장씨가 제조한 상자에 한과 명인 박순애씨가 만든 한과와 인삼정과,육포,청명차 등을 함께 넣은 '담양한과 예인'을 400만원에 내놓았다. 국내 최초의 '포도 명장'인 김진수씨가 재배한 명품 청포도만을 담아낸 '김진수 청포도 세트'(시세 기준)도 눈길을 끈다.

현대의 '명인명촌 조청세트'(7만원)는 이원복 명인이 경북 울진군의 찹쌀과 수수,칡재료를 선별해 참나무 장작과 무쇠솥으로 8시간 정성들여 만든 조청을 담았다. 현대는 또 젓갈의 명인인 장석준씨가 명란과 청주,최소한의 소금만을 사용해 만든 '명인명촌 장석준 명란 세트'(9만원)와 충남 아산에서 70년간 이어진 토굴숙성 방식으로 만든 명란,창란,오징어젓 등을 함께 담은 '명인명촌 김정배 젓갈 세트'(16만원)를 선보였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식품 명인 제38호인 유정임 명인이 가문의 비법을 전수받아 담근 '전복 보김치'를 30세트(1㎏,20만원) 내놨다. '전복 보김치'는 청정 완도에서 채취한 전복을 살짝 데쳐 칼집을 내고 갖은 야채를 넣은 후,감초를 데친 물에 치자를 넣은 김치 국물을 사용해 만든다. 갤러리아는 권수열 명인이 울릉도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친환경 명이,매실,미니양파 등을 사용해 만든 '명품 약초 장아찌 세트'(15만원)와 오희숙 명인이 우엉과 연군,현미호박,마늘,당근 등을 재료로 만든 부각을 담은 세트(2만3000~5만원) 등을 선보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