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를 받는 외국인 임대용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던 최모씨(44 · 자영업)는 최근 방배동 244㎡(전용면적,74평) 빌라를 18억원에 샀다. 올초만해도 20억원을 웃돌던 빌라가 최근 급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는 "모은 돈 5억여원과 3년치 임대료 4억8000만원,대출 8억원으로 집값을 충당했다"며 "대출이자는 가게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급매물이 나온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임차 부동산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세차익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월세 등 안정적 수입이 가능한 외국인 임대용 부동산이 틈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기존 특정지역 빌라에서 용산 · 강남의 신축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7년 말 입주가 시작된 용산 한강로 일대 시티파크와 파크타워는 외국인 렌트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남 삼성동 아이파크,강북 남산 SK뷰,충무로 자이 등도 외국인 임대수요가 꾸준하다.

외국인 임대전문업체인 에이스렌트의 관계자는 "한남동 성북동 등의 빌라가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피트니스센터 등 커뮤티니 시설이 깨끗한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를 많이 찾는다"며 "용산지역도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용산 인근에 429㎡(130평) 단독주택을 물려받은 박모씨(47)는 "집을 팔고 상속세를 내느니 리모델링 후 외국인 임대가 낫다고 생각했다"며 "4억원을 들여 공사를 했지만 월 1200만원의 임대료가 예상돼 3년 만에 비용을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증금 둘러싸고 분쟁도

외국인 임대용 부동산은 계약기간만큼 월세를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방배동 성지'라빌레뜨' 투자자는 최근 외국인에게 7년간 임대했다. 11억원에 매입했는데 월 850만원씩 7년간 임대료 7억1000만원을 한꺼번에 받았다.

외국인들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월 500만원부터 20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방배동 330㎡(100평) 이상은 1100만~1300만원,198㎡(60평)는 700만~800만원대다. 국내 최고급 외국인 임대단지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는 월 2200만원짜리(330㎡ · 100평)도 있다. 외국인 임대전문 R&I공인중개의 이성용 대표는 "외국인 임대 수익률은 아파트보다 빌라가 높다"며 "대중화된 매매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잘 아는 사람들만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에게 집을 세놓으려면 주거문화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서 3년 근무를 발령받은 주한 미군 A씨는 잠실동 파크리오 171㎡(52평) 월세를 알아보다 실패했다. 보증금을 합의하지 못한 때문이다. 부대 인근 용산에 집을 마련한 그는 "주한 미군은 보증금 없이 월세를 내야 하지만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정봉주 하나은행 부동산 팀장은 "시세차익보다 안정적 월세 수입을 원하는 집주인들이 최근 외국인 대상으로 임대를 늘리고 있다"며 "외국인 임대는 신고하지 않으면 탈세 의혹을 받는 수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