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하는 기분입니다. 규모가 작다고 지방자치단체는 반기지도 않고 재정 부족으로 사무실조차 구할 수 없으니…."

혁신도시로 옮겨 갈 공공기관 가운데 덩치가 작은 '비(非)정부소속기관(정부 출자 · 투자 · 출연 · 공공법인)'들이 사무실을 마련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도로 내려가기로 돼 있는 J재단은 예산부족으로 사옥을 신축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임대 사무실을 구하려 했지만 마땅한 사무실이 없어 막막하다.

정부의 혁신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지방이전이 결정된 공공기관은 총 124개다. 정부소속기관이 아닌 기관은 88개다. 이들 중 현재 사옥이 없거나 예산이 부족한 한국시설관리공단,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 11곳은 아예 사무실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소속기관은 혁신도시 특별회계를 활용해 청사를 새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비정부소속기관은 정부지원이 없다. 혁신도시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한 부지를 사들여 사옥을 지으려면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 최소한 100억원은 들어간다는 게 건설업계 추정이다.

근무 인원이 200명 안팎에 불과한 일부 비정부기관들의 경우 서울에서도 매년 2억~6억원 정도의 월세를 내면서 임대사무실을 쓰고 있다. 이들은 같은 지역으로 옮겨 갈 예정인 대형 기관의 신축 사옥에 세들어 사는 방안을 요청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청사 설계가 끝났거나,이주계획이 완료된 상태여서 공동 입주도 어렵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비정부소속기관과 동일 지역으로 옮겨 갈 정부소속기관을 파악해 이들이 공동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당 사옥을 증축해 주거나,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해 청사를 신축하고 임대료를 받도록 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지방공기업을 활용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자체가 혁신도시 내 땅을 매입하면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관리법에 따라 캠코나 지방공기업 등이 신축비용을 부담해서 사옥을 짓고,해당 입주기관은 15~20년에 걸쳐 대금을 분할상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 비용부담 없이 청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