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탔던 철광석 유연탄 등 철강 원자재 공급가격이 2년 만에 처음으로 10%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이 다소 둔화된데다,원료 수급 불균형 현상이 어느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또 중국 철강업체들이 철광석 가격 인상에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도 광산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원료값 인하 폭이 작은데다,추세적 하락세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일러 수요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철강원료 7~13% 하락할 듯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일본제철 JFE스틸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최근 호주 광산업체인 BHP빌리튼 등과 올 4분기 동안 공급받는 강점탄 기준가격을 t당 7~10%가량 내리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점탄은 쇳물을 만들 때 필요한 유연탄의 50%를 차지하는 원료다. 올 3분기 t당 225달러까지 올랐던 강점탄 가격은 4분기에 200달러 안팎 수준에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 가격 역시 3분기 대비 10~13%가량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호주 광산업체인 리오틴토는 최근 글로벌 철강사들에 올 4분기 철광석 공급 가격을 13% 정도 내리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및 일본 철강업체들은 이미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와 4분기 철광석 공급 가격을 10%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t당 140달러대였던 철광석 가격은 4분기에 125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포스코가 들여오는 철광석 및 유연탄 가격도 7~13%가량 낮아질 전망이다. 통상 일본 신일본제철과 JFE스틸과 비슷한 가격대에서 원료 공급 협상을 타결해왔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발레 BHP빌리튼 리오틴토 등과 협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 중국 "인상된 가격으론 사지 마라"

올초부터 주요 광산업체들은 원료값을 대폭 인상하며 분기별 가격 협상체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작년까지 연간 단위로 체결돼온 원료 공급 계약은 올 2분기부터 분기마다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해 t당 6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은 배 이상 올라 올 3분기 140달러를 넘어섰다. t당 129달러이던 유연탄 가격도 225달러로 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세계 최대 철광석 수요처인 중국 철강 업체들이 가격 급등에 반발하며 구매 거부에 들어가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선 점이 광산 업체들에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철강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에게 인상된 가격으로는 철광석을 구매하지 말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같은 중국의 집단 반발은 발레, BHP빌리턴 등 광산업체들에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철강재 가격인하 이어지나

내년 초부터 철강 원료값은 약보합 기조를 보이며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광산개발 사업이 늘어나 광물 공급량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각 철강사들의 원료 자급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서다. 원료값 하락은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주요 철강재 가격 인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 4분기에만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 때 t당 30~40달러의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입장에선 곧바로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처지여서 고민에 싸여 있다. 올 들어 원료 가격은 배 이상 올랐지만,실제 제품 가격에는 원료값 상승분의 50~60% 정도만 반영했다는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실제로 4분기 철강재 가격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료 가격의 변화 및 국제 제품 시장의 추이 등을 고려해 이달 말께 4분기 제품 가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