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신한은행장 "신상훈 사장 고소 절대 취하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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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시 건너가 사외이사 설득…申사장, 羅회장 만나 입장 설명
노조 "결과 나오기前 해임 반대"
노조 "결과 나오기前 해임 반대"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한 검찰고소를 절대 취하하지 않겠다고 6일 밝혔다. 이 행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 도착해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사태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나 직무정지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이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신 사장은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신한은행 노조도 라 회장을 면담하고 라 회장의 입장을 들었다. 금융계에서는 이 행장의 재일교포 주주 설득작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따라 '신한금융 내홍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장 사흘 만에 일본 또 방문
이 행장은 이날 오후 1시 55분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3일 오사카를 방문한 뒤 사흘 만이다. 이 행장은 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주에 이사회가 열릴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내가 고소했는데 누가 취하하느냐"고 반문했다. "고소를 절대 취하하지 않을 생각이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 왜 취하하느냐"고 답해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현재로선 전혀 없음을 시사했다.
이 행장은 이날 도쿄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사외이사 2명을 차례로 만나 이번 사태의 경위를 설명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주주들은 오사카의 주주들보다는 호의적이었으나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도쿄지점장을 지내 이곳 주주들과 친분이 두터운 편이다.
◆재일교포 주주들 항의 방문 움직임
이 행장은 지난 3일에도 오사카에서 열린 재일교포 주주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당시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를 본 뒤 신 사장의 처우를 판단해야 하며 그때까지 신 사장의 지위가 종전처럼 보전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오사카 지역의 40대 교포 3,4세 주주들은 이와 별도로 이날 저녁 회의를 갖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1세 교포들보다 현 경영진과 친분이 덜해 훨씬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경영진 내분 사태에 대해 공식 항의하기 위해 서울 본사를 방문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분사태도 문제지만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이슈화시킨 것은 특히 상식에 어긋난 행위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며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서울 본사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창립자인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 사장의 즉시 해임에 거부감을 표시함에 따라 신한금융은 신 사장을 해임시키는 대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원들 경영진 공백사태 우려도
이 행장이 강경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신 사장은 이날 라 회장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신 사장은 은행 측의 고소사항에 대해 부당함과 관련 없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간부들도 라 회장을 만나 "검찰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 사장을 해임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라 회장과 신 사장,이 행장이 조직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라 회장은 이에 대해 "참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경영진은 검찰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직을 더욱 혼란에 빠트릴 신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 개최 논의를 중단하라"며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조직을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은 당사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주말을 지내면서 차츰 평상심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한 직원은 "어차피 사태는 벌어졌고 신한금융의 브랜드에는 흠이 났다"며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지점장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직원들"이라며 "마치 최고경영진이 은행이 자기 것인 양 싸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이 흔들리고 고객 이탈이 불보듯 뻔하다"면서 "자칫하면 최고경영진 세 명이 모두 책임지는 상황도 도래할 수 있어 경영권 공백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정재형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