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일 솔루션을 개발하는 중소기업 T사.대기업 IT(정보기술)운영팀 출신의 몇몇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이 회사는 설립 1년 만에 국산 솔루션 부문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창업 4년째에 접어들면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맞았다.

10명의 인력으로 연구개발,영업,고객지원을 해왔으나 고객사가 급격히 늘면서 관리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던 것.사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주말도 반납한 채 일하는 벤처정신만으로는 200여개 이상의 고객사를 관리하기가 버거웠다. 또 이직이 잦은 IT산업 특성상 기술력과 고객지원을 맡은 인력이 수시로 퇴사하면서 수많은 영업정보들과 노하우가 빠져나갔다. 영업,마케팅,고객관리 프로세스가 체계화되지 않아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T사 사장은 대기업 재직시절 친분이 있던 세계 1위 메일솔루션 기업인 미국 B사를 찾아갔다. 영업관리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다. 1주일 넘게 매달린 끝에 얻어낸 답변은 '직원들의 머리 속과 개인수첩에 기록된 모든 영업정보를 회사의 자산으로 귀결시켜야 한다'는 것.B사는 그러면서 T사 사장에게 SaaS(Software as a Service)기반의 영업관리 시스템을 보여줬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고 웹에서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형태의 서비스를 말한다. B사 최고경영자(CEO)는 SaaS 기반 관리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영업사원과 개발자,고객지원팀,마케팅팀의 영업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받아봤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거래처별 매출실적과 영업사원별 활동실적,분기별 예상매출과 이익도 전망해냈다.

결국 T사 사장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회사로 돌아온 즉시 SaaS 기반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의 모든 업무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재정립하는 데 애를 먹긴 했지만 성과는 좋았다. 과거 기록뿐만 아니라 향후 수개월,연간 단위 실적 예측이 가능해진 데다 종전까지 한 명의 직원이 100개 고객사를 지원했다면 새 시스템 도입 이후 200여개 고객사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회사도 다시 성장세를 보였다. 매 분기 15~20%씩 매출이 증가하고 신제품 출시 주기도 단축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정보화와 지식기반 사회로 대변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경영자의 직관과 감(感)에 의존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속 성장을 위해선 규모가 작은 기업일지라도 프로세스 차원에서 정보를 통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직원들이 공식적인 업무를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회사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T사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중소기업들도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고 이를 통해 예측 가능한 사업 계획과 신속한 고객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다.

특히 SaaS 기반의 영업관리시스템은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고 유지 · 관리 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프로세스 경영은 복잡하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경영자의 스마트한 인식과 과학적 영업관리에 대한 의지에 있는 것이다.

정리=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