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05년 6월21일 S건설로부터 상가를 10억원에 분양받았다. 같은 달 30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7월9일 사업자등록신청을 했다. 7월25일엔 제1기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하면서 S건설로부터 작성일자가 6월21일과 6월30일로 기재된 4장의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제출했고,세금계산서에 기재된 부가가치세 7190만원을 공제되는 매입세액으로 신고해 환급받았다.

그러나 관할 세무서는 이듬해 3월14일 A씨가 공제받은 7190만원에 가산세를 더해 9059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세금계산서가 부동산 공급 시기가 속한 과세기간(1월1일~6월30일) 이후 작성일자를 소급해 작성돼 부가가치세법상 '필요적 기재사실의 일부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세금계산서의 작성연월일이 실제 공급 시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매입세액공제를 부인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으나,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54조 제3호의 특례조항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 특례조항은 관계증빙 서류 등에 의해 실제 거래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재화 · 용역의 공급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해당 거래일자를 발행일자로 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특례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세금계산서의 작성연월일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됐다 하더라도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과세 기간이 경과한 후에 작성한 세금계산서는 작성일자를 공급 시기로 소급해 작성했더라도 부가가치세법상 필요적 기재사항의 일부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며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고,대법원 2부는 최근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특례조항은 사업자가 재화의 공급 시기에 바로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수 없는 납세 현실을 감안하고,부득이 과세 기간을 지키지 못해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점 등을 완화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특례조항은 과세 기간에 따라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비록 과세 기간이 경과한 후에 발행일자를 소급해 작성한 세금계산서라 하더라도 특례조항에 따라 작성 · 교부한 경우에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과세 기간이 경과한 후에 발행일자를 소급해 세금계산서가 작성 · 교부됐다는 사정만으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