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2년…지금 美경제는] (1) 연봉 10만弗 받다가 월 340弗로 연명…美 중산층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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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용시장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 급증…실업률, 위기전으로 낮추려면 매달 30만개 일자리 필요
연 3%내외 성장해야 하는데 올 하반기 1.5% 증가 그칠 듯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 급증…실업률, 위기전으로 낮추려면 매달 30만개 일자리 필요
연 3%내외 성장해야 하는데 올 하반기 1.5% 증가 그칠 듯
"재교육 과정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혀도 일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고용 사정이 나빠요. "
국제 인력자원관리 회사에 근무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2008년 9월15일) 한달 만에 직장을 잃은 존 닐(49)은 "22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티넥에 사는 그는 올초 미 노동부 문을 두드려 2개월 동안 일자리 전망이 밝다는 '건물 열보호(weatherization)' 관련 교육을 받았다. 미 정부가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위해선 주택열보호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의 열효율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닐은 열효율 평가를 할 수 있는 자격증 두 개를 땄지만 4개월째 파트타임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회계와 교육을 전공한 석사학위 보유자인 닐은 지난해 초에는 워싱턴 세관의 감사관직을 지원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연체한 탓에 정부가 요구하는 신용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작년 여름에는 학교에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을 잠깐 하기도 했다. 이후 계속 인력 재배치 회사 문을 두드렸지만 면접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일자리를 잃기 전에는 연봉과 수수료 수입 등으로 10만달러를 벌던 그가 장기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기초생활을 유지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금세 취업이 될 것으로 여겨 실직 후 6주 이내에 신청해야 하는 최초실업수당 청구 기회도 놓쳤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기료를 제때 내지 못하자 전기회사가 전력 공급을 중단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현재 그의 유일한 수입은 주 정부에서 지원하는 월 기초생활비 340달러가 전부다.
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과 에너지 관련법에 기대를 걸지만 상황이 금세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고용을 꺼리면서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장기 실업자는 620만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진 탓에 취업을 포기한 사람과 파트타임 근로자 등까지 포함한 불완전 고용률은 16.7%로 전달의 16.5%보다 증가했다. 풀타임 일자리를 얻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도 890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40만명 늘어났다.
버지니아주 노르폴크에 사는 매리 무어(39)는 작년 5월 출판사 일을 잃고 1년 넘게 새 직장을 구하는 중이다. 사무보조 일을 찾는데 고용하려는 회사를 찾기 힘들어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한다. 무어는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며 "미국인으로서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산층이 휘청거리면서 미국 사회 전체의 빈부 격차도 확산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7년 0.463에서 2008년에는 0.466으로 높아졌다. 0에서 1까지 값을 갖는 지니계수는 높아질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해진 것이다.
로렌스 카즈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매달 3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야 4년 이내에 미 실업률을 경기 침체 이전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 효과가 소진되는 가운데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 정도로 미 경제가 회복세를 탈지 불확실하다는 진단이다. 얀 하지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애널리스트도 미 고용시장 악화를 막기 위해선 적어도 경제가 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미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1.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국제 인력자원관리 회사에 근무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2008년 9월15일) 한달 만에 직장을 잃은 존 닐(49)은 "22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티넥에 사는 그는 올초 미 노동부 문을 두드려 2개월 동안 일자리 전망이 밝다는 '건물 열보호(weatherization)' 관련 교육을 받았다. 미 정부가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위해선 주택열보호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의 열효율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닐은 열효율 평가를 할 수 있는 자격증 두 개를 땄지만 4개월째 파트타임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회계와 교육을 전공한 석사학위 보유자인 닐은 지난해 초에는 워싱턴 세관의 감사관직을 지원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연체한 탓에 정부가 요구하는 신용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작년 여름에는 학교에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을 잠깐 하기도 했다. 이후 계속 인력 재배치 회사 문을 두드렸지만 면접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일자리를 잃기 전에는 연봉과 수수료 수입 등으로 10만달러를 벌던 그가 장기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기초생활을 유지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금세 취업이 될 것으로 여겨 실직 후 6주 이내에 신청해야 하는 최초실업수당 청구 기회도 놓쳤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기료를 제때 내지 못하자 전기회사가 전력 공급을 중단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현재 그의 유일한 수입은 주 정부에서 지원하는 월 기초생활비 340달러가 전부다.
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과 에너지 관련법에 기대를 걸지만 상황이 금세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고용을 꺼리면서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장기 실업자는 620만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진 탓에 취업을 포기한 사람과 파트타임 근로자 등까지 포함한 불완전 고용률은 16.7%로 전달의 16.5%보다 증가했다. 풀타임 일자리를 얻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도 890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40만명 늘어났다.
버지니아주 노르폴크에 사는 매리 무어(39)는 작년 5월 출판사 일을 잃고 1년 넘게 새 직장을 구하는 중이다. 사무보조 일을 찾는데 고용하려는 회사를 찾기 힘들어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한다. 무어는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며 "미국인으로서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산층이 휘청거리면서 미국 사회 전체의 빈부 격차도 확산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7년 0.463에서 2008년에는 0.466으로 높아졌다. 0에서 1까지 값을 갖는 지니계수는 높아질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해진 것이다.
로렌스 카즈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매달 3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야 4년 이내에 미 실업률을 경기 침체 이전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 효과가 소진되는 가운데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 정도로 미 경제가 회복세를 탈지 불확실하다는 진단이다. 얀 하지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애널리스트도 미 고용시장 악화를 막기 위해선 적어도 경제가 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미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1.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