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 악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중산층이다. 일자리를 잃고 장기 실업자로 전락했거나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한 사람들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소득 정체는 중산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 센서스국 집계에 따르면 2008년 미국 세대의 연간 중간소득은 5만303달러로 전년의 5만2163달러에 비해 1860달러 감소했다. 이는 20년 전인 1988년의 연간 중간소득(4만7614달러)에 비해 2689달러 증가한 것이다. 20년 동안 소득은 사실상 정체됐지만 소비자 물가는 81.9% 상승했다.

경제평론가인 마이클 스나이더는 "월 4200달러 정도의 소득으로 빚을 지지 않으면서 4인가족 생활을 꾸려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기지 상환 비용 혹은 임대료(1000달러)와 △전기 · 수도 등 유틸리티(300달러) △휴대폰 인터넷 등 통신료(200달러) △차 할부금(400달러) △차 보험료(100달러) △차 연료비(200달러) △의료보험료(500달러) △식품 · 생활용품(800달러) △세금(1000달러)을 내면 저축을 전혀 하지 않고도 사실상 적자를 본다는 것이다. 1500만명의 실업자와 2610만명의 불완전 고용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미 고용시장 악화를 막기 위해선 매달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 그러나 경제 회복 강도가 미약하면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면서 고용 시장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고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일자리 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당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 재교육을 받아도 취업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9.6%인 미 실업률이 6.5~7.5% 수준으로만 떨어져도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