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영국이 동전 제조비용 절감을 위해 내년에 새로 도입하기로 한 5펜스와 10펜스 동전이 영국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 동전과 두께가 달라지면서 수백만대의 각종 자동판매기와 주차장 요금징수 기계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6일 "내년에 대량으로 교체될 5펜스와 10펜스 동전이 수백만대의 자동판매기 대란을 야기하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왕실조폐국이나 재무부는 새로운 금속이 사용되고 두께가 두꺼워진 새 화폐의 파급 효과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동전 교체로 인한 자동판매기 교체비용만 최소 1억파운드(약 1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선 일상 생활과 밀접한 홍차 자판기와 초콜릿 자판기,주차장 정산기계 등에 위조화폐 감지를 위해 동전의 생김새와 무게를 살피고,성분을 분석하는 장치들이 장착돼 있는데 이를 모두 교체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영국은 2차대전 이후 구리 75%와 주석 25%를 섞어서 동전을 만들어왔지만,내년부터는 철로 동전을 만든 뒤 니켈 코팅을 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동전을 보급할 예정이다. 새 동전의 두께는 1.9㎜로 기존 동전(1.7㎜)보다 11% 두꺼워진다.

영국이 동전의 재료와 형태를 바꾸게 된 것은 동전 제조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영국 정부는 1550억파운드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적자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국제 구리 가격이 치솟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큰 변화를 꾀하면서도 대국민 홍보 작업에는 매우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전 교체까지 4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관련 업계에 자판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한 샘플 동전마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너선 힐더 영국자판기협회장은 "정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동전 교체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판기 업계는 최소 4200만파운드,슬롯머신 업계는 최소 1억파운드의 기계 교체비용이 들게 된다"고 불평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