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물,상표,디자인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CI(기업이미지 통합)만 해도 저작물이자 상표이자 디자인입니다. "

홍동오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43 · 사진)는 "저작물,상표,디자인의 '교집합' 관계를 기업들이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와 금강제화의 상표권 분쟁에 이어 일본 의류 브랜드 에비수재팬과 에비수코리아,월비통상 사이의 저작권 다툼 등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연달아 승소해 이목을 끌었다.

홍 변호사는 "법은 저작물,상표,디자인 중 먼저 나온 것에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물이 먼저 나왔으면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상표와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상표가 먼저였다면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그는 "저작물로 인정받으려면 창작일과 창작자,창작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등 '우리가 먼저'라는 증거를 모아놓고 저작권 등록까지 해두는 게 좋다"며 "상표와 디자인 또한 출원 등록을 먼저 해야 나중에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아직도 일부 기업은 CI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막상 CI가 디자인으로，상표로，저작물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자인과 상표 간 교집합 부분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사례 중 하나가 페라가모와 금강제화의 상표권 소송이다. 페라가모는 금강제화 구두 발등 장식이 자사의 말굽 모양 상표와 비슷하다며 상표권침해행위금지 청구소송을 냈고,금강제화는 구두 장식은 디자인이라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금강제화의 구두 장식(디자인)은 상표로 봐야 하고,과거 유사한 사안으로 페라가모가 분쟁을 벌여온 사실을 금강제화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 페라가모의 손을 들어줬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