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컴퓨터가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미국시장에 첫선을 보인 지난 4월.오규현 한솔제지 사장은 미국 현지법인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패드 10대를 최대한 빨리 구입해 한국 본사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다. 오 사장은 그렇게 들여온 아이패드의 주요 기능을 주요 임원들과 함께 시연하면서 꼼꼼히 살폈다. 그가 아이패드를 서둘러 보려한 까닭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 최신 IT기기를 나오는 즉시 구입해 사용해 보려는 적극적 소비자)여서가 아니다. 태블릿PC가 확산되면서 종이 수요량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제지업계엔 태블릿PC 열풍이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태블릿PC 열풍에 제지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빠른 진화가 종이 수요를 줄일 것이란 우려에서다.

올해 국내에 출시 예정인 태블릿PC는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5~6종에 달한다. 수요는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태블릿PC 판매 대수가 올해 700만대,내년 17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시장도 올해 50만대,내년 100만대 이상으로 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2~3년 전 e-북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긴장감을 유발했지만 태블릿PC만큼은 아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태블릿PC의 여러 기능 가운데 제지업체들이 주목하는 것은 책이나 잡지 등 지금까지 종이를 기반으로 보던 인쇄매체의 대체 정도 여부.

이 때문에 제지업체들은 각종 태블릿PC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솔제지는 아이패드에 이어 내달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탭도 최대한 빨리 구입해서 성능을 파악해 본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잡지나 책 등의 기존 인쇄 형태의 콘텐츠 가운데 상당수는 IT 기반으로 바뀌지 않겠나"며 "제지업계의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림페이퍼도 태블릿PC의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5000년을 넘는 종이 역사를 감안하면 태블릿PC의 파급효과가 단기간에,빨리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내부 전망"이라며 "그러나 제지업계의 위기임에는 틀림없다"고 우려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