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공연 흥행 실패…보험금 내놔라 vs 절대 못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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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투자열풍 뒤 불황
투자자ㆍ기획사 등 소송 잇따라
투자자ㆍ기획사 등 소송 잇따라
공연예술과 미술품에 대한 투자 열풍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문화예술계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무렵 문화예술 분야는 긍정적인 시장 전망과 사회적 분위기 등이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금융회사들은 너도나도 투자자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얼마 후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가며 문화예술계도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회사 믿었다가 쪽박
펀드 열풍과 함께 아트펀드,영화펀드 등 다양한 이색 펀드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부 펀드는 무산돼 법적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술업계와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미술품 매매 및 갤러리를 운영하는 엠포리아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지난달 30일 소송을 냈다. 엠포리아는 "펀드 조성 과정에서 금융사에 속아 큰 손해를 보고 빌딩까지 경매에 넘어갈 위기"라며 채무부존재확인과 저당권 말소를 요구했다.
엠포리아 측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07년 7월께 골든브릿지로부터 "펀드로 자금을 마련해 줄 테니 미술품에 투자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만 펀드를 모집하기 전이라 우선 골든브릿지가 자금을 빌려준다는 것.엠포리아는 빌린 자금으로 미술품을 사들였다. 그러나 펀드는 무산됐고,미술시장은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빌려준 골든브릿지가 자금 회수에 나섰다. 담보로 잡은 33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불과 3억여원에 처분했다는 게 엠포리아 측의 주장이다. 또 저당 잡힌 빌딩까지 경매에 넘겼다. 엠포리아 관계자는 "소송이 제기된 후 골든브릿지가 경매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해 이달 3일 소송을 취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한 불만 껐을 뿐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공연에 실패했는데 손해는 누가?
공연업계에서도 공연이 무산되거나 흥행 실패에 따른 손해를 누가 책임지느냐를 놓고 분쟁이 벌어졌다. 대영상호저축은행은 200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랑스 내한공연 로미오 앤 줄리엣'에 55억원을 투자했다. 공연 실패에 대비해 투자에 앞서 한화손해보험과 보험계약도 체결했다. 공연 결과 좌석점유율이나 수입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손실을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유료 좌석점유율은 17%에 그쳤고,은행 측은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공연기획자가 자금을 다른 곳에 썼다"며 계약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결국 이 사건도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최승욱)는 최근 "제작사 대표가 자금을 다른 용도로 쓸 계획을 숨긴 것은 보험계약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한화손해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영상호저축은행은 이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이 공연과 관련된 펀드를 만들어 판매한 자산운용사 역시 투자자들에게 소송을 당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해외 미술품 시장은 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도 불황"이라며 "잇따르는 법적 분쟁이 미술품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준영/이현일 기자 tetrius@hankyung.com